‘동티모르에 한글 수출’ 해프닝 결론

  • 입력 2004년 1월 14일 23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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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가 동티모르측에 동티모르어인 ‘떼뚬’의 표기수단으로 한글을 채택하는 방안을 연구할 것을 제안했다고 발표했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져 물의를 빚고 있다.

경북대는 10일 학교를 방문한 동티모르 대통령의 부인 커스티 스워드 구스마오 여사 일행에게 ‘떼뚬-훈민정음 연결 프로젝트’를 제안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대다수의 동티모르 국민은 떼뚬이라는 고유어를 쓰고 있으나 문자 표기수단이 없는 상태.

이에 따라 국내 언론은 ‘한글 수출 추진’이나 ‘한글-떼뚬 연결 프로젝트 조인식 체결’ 등의 제목으로 관련 기사를 크게 보도해 국내외의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를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진 경북대 이종현 교수는 14일 본보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당초 제의할 생각이 있었으나 언론에 미리 알려진 후 외교마찰 등의 문제가 우려돼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경북대 김달웅(金達雄) 총장도 이날 “10일 구스마오 여사 일행을 만나 컴퓨터 기증과 봉사단 파견 문제만 협의했다”며 “어떤 경위로 이런 보도자료가 나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아이디어는 대구에 본부를 둔 ‘NGO(비정부기구) 한-동티모르 우호협회’의 동티모르 현지대표인 이모 목사(42)가 이 교수에게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스마오 여사 일행의 방문도 이 협회가 주선해 성사됐다. 이 협회 회장직은 현재 대구 지역의 여권 실세인 이모씨가 맡고 있으며 이씨는 구스마오 여사의 방문 행사에도 참석했었다. 이 때문에 4월 총선에 출마할 이씨의 ‘얼굴 알리기’를 위해 경북대측이 보조를 맞추다 이런 해프닝이 벌어진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일고 있다.

대구지역의 한 대학교수는 “이 같은 제안은 동티모르 국민들의 자존심을 건드릴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인데도 경북대가 치밀한 검토 없이 성급하게 추진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대구=정용균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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