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결과]호남표 결속력 떨어졌다

  • 입력 2003년 4월 25일 01시 05분


코멘트
4·24 국회의원 재·보선 결과는 숫자로만 보면 ‘한나라당 압승, 민주당 완패’로 끝났지만 선거 결과가 함축하고 있는 메시지는 매우 복합적이다.

우선 노무현(盧武鉉) 정부 출범 후 첫 선거인 이번 재·보선 결과에 대한 평가를 놓고도 각 당의 ‘표면적 평가’와 ‘속내’가 엇갈린다.

한나라당은 이번 선거 결과를 현 정부의 실정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지난해 대선 때 한나라당이 수도권에서 민주당에 5%포인트 차로 졌던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승리는 내년 총선의 전초전으로서 한나라당에는 큰 의미를 갖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김영일(金榮馹) 사무총장은 “정권 출범 초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현 정부의 불안한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의 ‘옐로카드’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한나라당의 자평에 민주당도 어느 정도 공감하는 분위기다. 노 대통령이 ‘당정분리’ 원칙을 내세워 이번 선거에 관여하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참여정부의 개혁에 대한 초반 평가라는 의미를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를 한나라당의 완승으로 단정 짓기엔 어려운 점이 있다.

무엇보다 개혁당을 ‘개혁신당’ 창당의 교두보로 생각해온 민주당내 신주류와 여권 핵심부로서는 개혁당 유시민(柳時敏) 후보의 당선을 다른 두 지역의 패배를 상쇄하고도 남을 만한 성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여기에다 서울 양천을과 경기 고양시 덕양갑에서 당선된 한나라당 오경훈(吳慶勳) 후보와 개혁당 유 후보가 40대의 젊은 후보라는 점도 선거 결과가 ‘정당 선호’보다는 ‘세대교체’에 대한 열망이 반영된 것이란 분석을 가능케하는 대목이다.

역대 선거에서 민주당 지지성향이 뚜렷했던 호남표의 이완 현상도 주목할 만하다. 역대 선거에서 민주당이 단 한번도 패한 적이 없던 서울 양천을에서 쓴잔을 마신 것이 단적인 예다.

그러나 정치공학적인 갖가지 분석에도 불구하고 일단 2대1이란 수치로 나타난 이번 선거결과로 여당의 정국 주도력은 당분간 저하될 수밖에 없을 듯 하다. 민주당 문석호(文錫鎬) 대변인이 “국민의 심판을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논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번 재·보선 결과는 당권 경쟁을 앞둔 한나라당에도 적잖은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전반적인 세대교체의 바람은 ‘젊은 당 대표론’으로, 일관성 있는 전열 정비의 필요성은 ‘강력한 리더십론’으로 각 진영의 아전인수(我田引水)격 명분론으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