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흔들리는 교단]밀어붙이기 정책 敎-政갈등 키웠다

  • 입력 2001년 11월 2일 18시 24분



《정부의 교육정책에 반발해 예비교사인 교육대 학생부터 현직 교사, 대학교수까지 집단행동에 나서는 등 교육계가 대혼란을 겪고 있다. 교대생들은 중등교사 자격증 소지자를 초등교사로 임용하려는 데 반발해 임용고사를 거부하겠다고 공언하고 있고, 교사들도 경쟁만을 강요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여기에 대학교수들까지 현행법상 불법인 교수노조를 만들겠다고 나서는 등 교육계 곳곳이 혼돈상황을 맞고 있지만 정부는 이들을 설득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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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어붙이기 정책 敎-政갈등 키웠다



▼위기의 교대생 "중초교사 학사편입 땜질처방"▼

▽교대생 반발〓교육부가 2일 발표한 초등교원 수급대책에 대해 교대생들은 ‘국민기만 행위’라며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반발이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교대생들은 교육인적자원부가 2003년까지 초중고의 학급당 학생수를 35명으로 줄인다며 교육여건 개선사업을 강행, 정년단축으로 가뜩이나 교사가 부족한 상태에서 엄청난 수의 초등교사가 필요해지면서 교원수급 문제가 터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당초 중등교사 자격증 소지자 4600여명에게 1년 또는 1년8개월동안 70학점의 보수교육을 받도록 한 뒤 2003년부터 초등교사로 임용할 계획이었다.

교대생들의 반발에는 초등교육을 경시하는 정책이란 측면도 있지만 졸업과 동시에 거의 전원 임용되는 교원임용 방식이 졸업자의 20%정도를 탈락시키는 쪽으로 바뀔 것이라는 우려가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교육부는 교대생들이 무기한 동맹휴업, 임용고사 거부 등 강력하게 반발하자 선발 규모와 지역축소 등의 절충안을 내세우며 학생들에게 끌려다니다 결국 학생들이 요구하는 교육대 학사편입제를 내놓았다. 교육 대상자 2500여명을 6개 도지역에서 선발한 뒤 교육대에 학사편입케 해 2년 동안 교육과정을 이수토록 한 뒤 초등교사로 임용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교대생들은 “교육부의 계획은 예비교사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땜질식 교원수급정책”이라며 “특별 학사편입 인원이 입학 정원의 50%나 되는 등 교육대에서의 이수교육이 부실해진다”고 비판했다.

▼교원단체 반발 "선생님 등급 매기면 교사-학생 불신 초래"▼

▽교사 반발〓교총과 전교조 등 교원 단체들이 반발하는 배경에는 그동안 ‘경쟁 무풍지대’였던 교육사회에도 경쟁 개념을 도입해 교직사회의 안정성이 깨지는데 대한 강한 거부감이 작용하고 있다.

또 정부가 현장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고 정책을 밀어붙이는 등 추진과정에서 교사들이 소외된데 대한 불만도 크다.

이 때문에 전교조는 10월 10일 조퇴투쟁, 10월 27일 연가투쟁에 이어 총파업까지 벌일 태세이고 한국교총은 10일 5만명이 참가하는 항의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전교조는 교원 성과금, 계약제 파트타임교사 도입, 7차 교육과정 등 일련의 교육정책들은 경쟁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교육을 시장화함으로써 교단이 황폐해질 것이라며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성과금제는 교사를 서열화해 교사간의 반목과 학생 학부모의 불신을 초래한다며 성과금 반납운동을 벌여 8만5000여명이 292억원을 반납했다. 7차 교육과정도 고교 2, 3학년 때는 자신이 듣고 싶은 과목만 선택함으로써 비인기 과목 교사는 결국 과원(過員)교사로 퇴출된다는 것.

평준화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자립형 사립고도 비싼 등록금으로 위화감을 조성하고 입시명문고를 만드는 등 부작용이 클 것이라며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전교조 이경희(李京喜) 대변인은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은 교육 불평등을 심화하고 교사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등 교육정상화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 만큼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수노조 출범 "대학정책에 적극 참여"▼

▽교수노조 출범〓10일 출범할 예정인 전국교수노조도 교육계의 뜨거운 현안으로 대두해 있다. 교수노조 결성은 교수의 신분 보장이란 차원을 넘어 정부의 대학 정책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교수노조 준비위원회가 노조 설립의 당위성을 ‘대학 개혁’에 두고 지금의 대학 교육의 위기는 시장논리를 강요하는 교육정책과 사학재단의 문제에서 비롯됐다는데서 찾고 있다. 위원회는 교수 연봉 계약제와 업적 평가제 등의 도입도 대학에 경제논리를 도입해 교수집단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수단이며 특히 사학들이 영리 추구에 급급해 대학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보고 있다.

최갑수(崔甲壽) 교수노조 준비위원장은 “교수노조가 결성되면 국가 또는 사학권력과 대등한 관계에서 교육 학문 정책의 기본방향과 정책 수행에 관해 교수들의 의사를 결집하는 활동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행법상 교수노조는 명백히 불법인데다 많은 교수들이 노조 설립에 비판적이어서 교수사회의 분열과 갈등이 예상된다. 교원노조법은 노조 설립을 초중등 교원에 한정해서 인정하고 있고 교수는 국가공무원법과 사립학교법에 의해 노조 결성이 금지돼 있다.

대부분의 교수들은 교수노조에 부정적이다. 한 대학 교수는 “대학 개혁과 교권 확보를 위해 교수노조가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결국 교수의 위상을 실추시키고 대학 내의 갈등이 깊어져 대학이 황폐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철·홍성철기자>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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