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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을 흔든 ‘우한의 기침’...성장률-리더십 위기

시진핑을 흔든 ‘우한의 기침’...성장률-리더십 위기

Posted January. 29, 2020 07:26,   

Updated January. 29, 2020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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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사태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지도력이 적잖은 타격을 입고 있다. 중국 정부는 위기관리 능력에 문제점을 드러냈고, 경제에도 그림자가 드리울 것으로 보인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시 주석이 수년 만에 가장 심각한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고 지적했다.

○ ‘시진핑 리더십’에 비판 고조

 시 주석은 지난해 12월 30일 우한시 당국이 우한 폐렴 발병 사실을 밝힌 뒤 25일이 지난 이달 25일에야 처음으로 우한 폐렴 대응을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정부의 미온적인 대응에 불만이 높아지자 27일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시 주석의 지시로 폐렴 진원지인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을 찾았다. 그는 병원과 마트 등을 방문해 의료진과 주민들을 격려했다. 임시 격리병동 건설 현장에서는 노동자들에게 “어려움이 있으면 말하라. 해결해 주겠다”고 했다. 현장에 모인 사람들은 “(어려움이) 없습니다!”라고 외쳤다. 하지만 현지 매체에 따르면 하루 전까지 이들은 마스크와 의료용 장갑 등 물자 부족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소셜미디어 웨이보에는 “각지에 도움을 구하더니 갑자기 말을 바꿨네?” “참 중국적인 답”이라는 조소가 이어졌다.

 정부의 보고 및 의사결정 체계에도 상당한 문제가 있음이 드러났다. 저우셴왕(周先旺) 우한시장은 관영 중국중앙(CC)TV에 “우리도 정보 공개에 대한 불만이 있다. 지방정부인 우리는 관련 정보와 권한을 얻은 다음에야 정보를 공개할 수 있었다”고 불만을 표했다.

 중국 의료체계의 취약점도 드러났다. NYT에 따르면 우한 주민인 샤오시빙 씨(51)는 발열과 호흡 곤란을 겪었지만 우한시 병원 병상 부족으로 병원을 전전하다가 보름 이상 지난 26일에야 입원했다. 아내 펑시우 씨는 “(환자를) 이리저리 공 차듯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마궈창(馬國强) 후베이성 부서기 겸 우한시 서기는 26일 밤 기자회견에서 우한시 병동이 극도의 과부하 상태임을 인정했다. 그는 “최근 며칠간 매일 1만5000명의 발열 환자가 병원들에 몰려 길게 줄을 서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다음 달까지 우한시에 병상 1000개, 1300개 규모의 임시 격리 병동 2곳을 완공할 계획이다.

○ “경제성장률 4% 기록할 수도”

 우한 폐렴 확산에 따른 노동 일수 감소, 관광 위축 등이 장기화하면 정부의 목표치인 성장률 6% 사수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국의 중국 연구기관 플리넘을 인용해 “중국의 1분기 성장률이 4%대를 기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은 춘제 연휴를 다음 달 2일까지로 사흘 연장했으나 우한 폐렴이 폭증하면서 더 연장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 도시 상하이(上海)는 기업들에 다음 달 9일까지 업무를 재개하지 말라고 통보했다. 로이터통신은 상하이시의 이번 조치로 인해 해당 지역에 공장을 소유하고 있거나 현지 합작사를 운영하고 있는 테슬라, 제너럴모터스(GM), 폭스바겐이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전했다.

 제조업 중심지인 쑤저우(蘇州)도 다음 달 8일 정오까지 업무를 중단하라고 기업들에 요구했다. 정보기술(IT) 기업 텐센트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 등은 직원들에게 14일간 재택근무를 하라고 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성(紫禁城)과 만리장성, 상하이 디즈니랜드 등 주요 관광지도 잠정 폐쇄됐다. 춘제 시즌이 피크인 영화 개봉도 잇따라 연기됐다. 중국 농구리그(CBA)도 무기한 중단됐다. 베이징(北京)은 춘제 연휴가 끝나더라도 후베이성 등 지방에서 돌아온 시민들에게 14일간 집에서 자가 격리할 것을 권고했다.

 일부 대기업은 의료진을 지원하기 위한 펀드 조성에 나섰다. 바이두(百度)는 27일 우한 폐렴 치료를 위한 연구개발 등을 지원하기 위해 3억 위안(약 506억 원)에 달하는 기금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음식 배달 앱 메이탄도 의료진을 지원하기 위한 2억 위안(약 337억 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한다. 이와 함께 우한 시내 의료진에 매일 1000회의 무료 테이크아웃 식사 제공권과 후베이성 내 의료진에 30만 대의 공용 자전거 무료 이용권을 약속했다.


베이징=윤완준 zeitung@donga.com · 조유라기자 jyr01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