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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의 꿈 키워준 KAIST에 100억 기부”

Posted January. 20, 2020 08:06,   

Updated January. 20, 2020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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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0년대 초 KAIST 재학생들은 수강신청을 하려면 지원 시스템이 있는 정해진 장소에 가서 길게 줄을 서야 했다. 당시 학부 3학년이던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장(47·사진)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친구들과 합심해 캠퍼스 어디에서나 수강신청이 가능한 시스템을 개발했다. 학교는 장 위원장과 친구들이 만든 시스템을 학교의 공식 수강신청 시스템으로 채택했다. KAIST 총동문회 홈페이지에 실린 ‘장병규 동문 인터뷰’에서 그는 “당시 쌓은 실력과 자그마한 명성이 저를 창업의 길로 인도했다”며 “이 기억이 네오위즈를 창업할 때 중요한 자산이 됐다”고 소회했다.

 장 위원장이 18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KAIST 총동문회 신년회에서 모교에 100억 원의 발전기금을 기부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기부에 대해 “(내가 거둔) 이렇게 우연한 성공 가능성, 세렌디피티(serendipity)를 KAIST가 계속 지원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기부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 기부금은 동문 자격으로는 역대 최대다. 기존에는 지난해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이 10억 원을 출연한 것이 최대 금액이었다.

 장 위원장은 대구과학고를 졸업하고 KAIST에서 전산학 학·석사 학위를 마쳤다. 네오위즈(세이클럽 운영사)와 검색엔진 첫눈 창업을 잇달아 성공시켰고, 벤처투자사인 본엔젤스파트너스를 공동 창업했으며, 온라인 게임인 ‘배틀그라운드’의 글로벌 대박을 터뜨린 크래프톤(옛 블루홀)까지 성공시킨 연쇄 창업가다. 2017년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됐다.

 미국의 주요 명문대들은 동문 기부자들이 모교의 연구 발전에 큰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KAIST 박사 출신인 이경전 경희대 경영대 교수(51)는 이날 페이스북에 “장병규 동문 덕분에 동문회에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런 100억 원 이상 기부자들이 앞으로 10년 안에 100명 정도만 나오면 KAIST는 스탠퍼드를 뛰어넘을 것”이라고 썼다.

 KAIST 동문 중 주요 기업인으로는 이해진(53·전산학과·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 이준호(56·전산학과·NHN 회장), 김정주 씨(52·전산학과·NXC 대표) 등이 있다.


곽도영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