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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자면서도 엇나가는 한-일

Posted June. 26, 2019 08:09,   

Updated June. 26, 2019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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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부터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가능성이 거론되던 한일 정상회담이 무산됐다. 한일 관계의 경색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면서 어떻게든 G20을 통해 한일 관계 복원의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5일 기자들과 만나 “(G20 기간 중) 한일 정상회담은 열리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로서는 만날 준비가 되어 있지만 일본은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본 정부가 정상회담을 제안했느냐는 질문에도 “일본은 제안한 것이 없다”고 말한 뒤 “우리가 만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는데, 그쪽(일본)에서 아무 반응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일본군 위안부, 일제 강제 징용 피해자 배상 등 과거사 문제로 한일 관계가 악화된 가운데 양국 기업의 자발적 출연금으로 강제 징용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자는 정부의 중재안을 일본이 거절한 것도 한일 회담 무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역시 이날 국회에 출석해 강제 징용 배상과 관련해 “일본의 보복성 조치가 나온다면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며 강경 기류에 가세했다.

 실제로 정부 관계자는 “두 정상이 마주 앉는다 해도 뚜렷한 접점을 찾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일 정상회담이 무산되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G20을 전후해 주변 4강 국가 중 일본을 뺀 미국, 중국, 러시아 정상과 만나게 된다.

 다른 나라도 아닌 일본에서 열리는 다자회의에서 한일 정상회담이 무산되면서, 양국 간 ‘강 대 강’의 대치가 치킨게임 양상으로 흐르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양국 정상이 만나 ‘문제를 풀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며 운을 떼는 것이 관계 개선의 실마리가 될 수 있었다”며 “(양국 모두) 정상회담 무산의 앙금이 남아 앞으로 해법을 모색하는 데 상당한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청와대도 이날 “현장에서 만약 일본이 준비돼서 만나자고 요청이 들어오면 우리는 언제든지 아베 신조 총리를 만날 수 있다”며 여지를 남겨뒀다. 정식 회담이 아니라 회의 중간 복도 등에서 양국 정상이 선 채로 가볍게 대화를 나누는 ‘풀어사이드(pull-aside)’ 형태의 만남은 이뤄질 수 있다는 의미다.


한상준 alwaysj@donga.com · 한기재 reco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