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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황금종려상 수상, 한국영화 100년의 축포를 쏘다

칸 황금종려상 수상, 한국영화 100년의 축포를 쏘다

Posted May. 27, 2019 08:07,   

Updated May. 27, 2019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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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제 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세계 최고 영화제로 꼽히는 칸에서 대상을 거머쥔 것은 처음이다. 한국 영화가 2000년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이후 19년 만의 경사다. 쿠엔틴 타란티노, 페드로 알모도바르, 다르덴 형제 등 쟁쟁한 감독의 후보작들을 제친 쾌거로서 심사위원장인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기생충’은 무척 독특한 경험이었다. 황금종려상 수상은 심사위원 만장일치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봉 감독 개인의 영예인 동시에, 한국 영화의 무한한 잠재력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점에서 의미가 깊다.

 봉 감독은 2017년 ‘옥자’에 이어 칸 경쟁 부문에 두 번째 도전으로 수상의 기쁨을 누리면서 영화 인생에 한 획을 긋게 됐다. 봉 감독은 2000년 '플란다스의 개‘로 데뷔한 이래 사회에 대한 비판의식에 예술성과 대중성을 절묘하게 버무린 작품세계로 주목받았다. ’괴물‘ ’마더‘ ’살인의 추억‘ ’설국열차‘ 등 범죄물 블록버스터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를 자신만의 고유한 영상언어로 재해석해함으로써 봉감독 자신이 하나의 장르가 됐다는 평가와 함께 거장 반열에 오르게 됐다. 

 수상작인 ‘기생충’은 백수가족의 장남이 부잣집의 고액 과외 선생이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블랙코미디 스릴러 공포물의 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이 영화는 한국 현실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지구촌의 보편적 현상인 빈부격차, 계급문제를 파고들어 호평을 받았다. 현대 한국의 이슈를 다루는 영화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문화와 국경을 초월해 폭넓은 공감대를 끌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일깨워준 사례다.

 그의 수상은 한국 영화 100년의 성장 궤적을 압축적으로 상징하는 기념비적 장면이다. 봉 감독이 공식 기자회견에서 “마침 올해가 한국영화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여서 칸 영화제가 한국영화에 의미가 큰 선물을 준 것 같다”고 말한 그대로다. 그러나 갈채에 안주하기는 이르다. 수상의 기쁨과 더불어 한국 영화산업의 도약을 가로막는 다양성 확보, 스크린 독과점 등 많은 과제도 되새겨야할 때다. 세계 무대에서 한국 문화콘텐츠의 우수성을 인정받는 것은 국격을 높이는 지름길이다. 방탄소년단의 눈부신 활약에 이어 칸 영화제 수상을 통해 한류의 위상이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