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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조던’은 브라이언트…‘제2의 김연아’는 유영?

‘제2의 조던’은 브라이언트…‘제2의 김연아’는 유영?

Posted February. 10, 2020 07:52,   

Updated February. 10, 2020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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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57)이 미국프로농구(NBA) 무대를 떠나자 여기저기서 자칭 타칭 제2의 조던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들 모두 대부분 ‘반짝 스타’로 끝났다. 결국 끝까지 조던에 필적할 만한 성적을 거둔 것도, 조던이 ‘그나마’ 자기 후계자로 인정한 것도 코비 브라이언트(1978∼2020)뿐이었다.

 한국 피겨스케이트 여자 싱글 무대도 비슷하다. ‘피겨 여왕’ 김연아(30)가 은퇴한 뒤로 여기저기서 자칭 타칭 제2의 김연아가 등장했지만 대부분 국제 경쟁력을 증명하는 데 실패해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그리고 살아남은 선수가 바로 다음 달 김연아 모교인 군포 수리고에 입학하는 유영(16)이다.

 유영은 지난해 10월 2019 스케이트 캐나다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시니어 그랑프리 무대에 데뷔했다. 한국 여자 선수가 시니어 그랑프리 데뷔전에서 메달리스트가 된 건 2006년 같은 대회 때 김연아가 역시 동메달을 목에 건 이후 13년 만에 처음이었다.

 유영의 성장세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유영은 8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ISU 4대륙 피겨 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149.68점을 받으면서 자신의 프리스케이팅 최고 점수를 새로 썼다. 쇼트프로그램 점수(73.55점)까지 합친 총점 223.23점 역시 개인 최고점이었다. 한국 여자 선수가 ISU 공인 대회에서 220점 이상을 받은 건 2010년 밴쿠버 올림픽 때 김연아(228.56점) 이후 유영이 처음이다.

 이 대회에서 유영보다 높은 점수를 받은 건 총점 232.34점을 기록한 기히라 리카(18·일본) 한 명뿐이었다. 유영이 4대륙 선수권 데뷔 무대를 ‘은빛’으로 장식한 것.

 그러면서 유영은 2009년 이 대회 때 금메달을 목에 건 김연아 이후 11년 만에 처음으로 4대륙 선수권 포디엄(시상대)에 오른 한국 선수가 됐다. 유영은 이날 보조 시상자로 나선 김연아에게서 인형 선물을 받았다.

 유영은 시상식이 끝난 뒤 “솔직히 연아 언니가 시상자인 줄 모르고 있다가 깜짝 놀랐다. 겉으로는 표현을 못 했지만 마음속으로는 너무 좋아서 팔짝팔짝 뛰었다”면서 “연아 언니가 ‘축하해요’라고 한마디를 해주셨는데 진심이 느껴졌다. 저 역시 연아 언니를 보고 피겨를 시작했다. 이제는 제가 피겨를 이끌고 빛내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연아 키즈’였던 그가 ‘유영 키즈’를 만들고 싶다는 원대한 포부를 밝혔다.

 한편 9일 남자 싱글에 출전한 차준환(19·고려대·사진)은 총점 265.43점으로 5위에 이름을 올렸다. 2014년 소치, 2018년 평창에서 2연속 금메달을 목에 건 하뉴 유즈루(26·일본)가 299.42점으로 개인 통산 이 대회 첫 금메달을 따냈다. 하뉴는 올림픽, 세계선수권대회, 그랑프리 파이널에 이은 피겨 그랜드슬램을 남자 선수 최초로 완성했다. 여자 선수로는 앞서 김연아가 달성한 바 있다.


황규인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