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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밥에만 눈독들이던 청•법원•정부 공직자들의 총선행 줄사표

잿밥에만 눈독들이던 청•법원•정부 공직자들의 총선행 줄사표

Posted January. 16, 2020 07:41,   

Updated January. 16, 2020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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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15 국회의원 총선거를 90일 앞둔 오늘은 지역구에 출마하려는 공직자들의 사퇴 시한이다. 이에 맞춰 친문핵심인 윤건영 대통령 전 국정상황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인사들의 줄사표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지방자치단체의 고위직 공무원들과 일부 법관들도 줄이어 사퇴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여당 공천을 선호하고 있다. 여권이 총선 승리를 위해 총동원령을 내린 분위기다.

 이 가운데 지역구 출마에 나선 청와대 출신은 70여명 정도에 달한다. 강기정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어제 “원래 정치하던 사람들은 청와대 출신으로 세면 안 된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그런 기준 자체가 자의적인데다가 정치인 출신 청와대 인사들의 청와대 경력 프리미엄이 당내에서 논란이 되자 물 타기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같은 기준을 적용해도 이전 정권에 비해 3배 정도 많다는 우려가 여당 내에서 나올 정도다.

 울산시장선거 하명수사 의혹 사건의 ‘피의자’ 신분인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은 그제 직권면직 처리됐다. 검찰 수사를 받는 피의자 신분 상태에선 의원면직이 어려우니 울산시가 직권면직으로 총선 출마의 길을 열어 줬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송 전 시장이 최종적으로 출마할 지는 아직 미정이다. 만약 피의자 신분으로 총선에 출마한다면 검찰 수사를 무력화하려는 정치적 꼼수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여당 영입설이 나도는 판사들도 사퇴했다. 진보성향 판사 모임 회장을 지냈거나 양승태 전임 대법원장 체제를 비판한 인사들이다. 판사는 어느 직종보다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이 중요하다. 판사들의 정치적 선택을 무조건 탓할 순 없지만 이들의 법관시절 행적이 양승태 대법원장 체제에 날을 세운 여권의 지향점과 비슷한 길을 걸었다는 점은 정치적 부담이 될 수도 있다. 현 정부 출범 후 진보 성향 판사들이 청와대로 직행하면서 불거진 사법부의 정치화가 더 심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총선에 나설 공직자들의 사퇴를 일률적으로 문제삼을 순 없다. 다만 총선 승리를 위해 총동원령을 내리다시피 공직자들을 끌어들이는 여당이나, 공직을 선거용 경력을 쌓기 위한 중간 다리쯤으로 여기는 듯한 공무원들의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국민들이 냉정히 옥석(玉石)을 가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