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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 이하 월드컵서 남축구 첫 FIFA대회 준우승 이끈 정정용 감독

20세 이하 월드컵서 남축구 첫 FIFA대회 준우승 이끈 정정용 감독

Posted December. 27, 2019 07:52,   

Updated December. 27, 2019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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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값진 성과와 함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된 인생에 다시 오지 않을 1년이었습니다.”

 6월 폴란드에서 끝난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한국 남자 축구 최초로 FIFA 주관 대회 준우승을 달성한 ‘제갈용’(제갈공명+정정용) 정정용 감독(50)은 저물어 가는 2019년을 이렇게 정의했다.

  ‘막내 형’ 이강인(18·발렌시아)을 제외하고 뚜렷한 스타가 없어 ‘16강 진출도 쉽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던 한국을 준우승으로 이끈 정 감독은 대한민국 체육상 지도자상, 아시아축구연맹(AFC) 남자 감독상 등을 휩쓸었다. 정 감독은 내년부터는 프로 무대에 처음으로 뛰어든다. 2006년부터 대한축구협회 전임 지도자로 활동하며 유소년 육성에 집중하다 지난달 28일 K리그2(2부) 서울 이랜드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26일 경기 가평군의 한 리조트에서 만난 정 감독은 “항상 주위의 의구심과 싸워 왔던 내게는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일이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 경일대를 나와 실업팀 이랜드 푸마 등에서 뛴 그는 현역 시절 연령별 국가대표 경력이 없다. 축구계 ‘흙수저’로 살아온 정 감독은 20세 이하 월드컵을 통해 주위의 평가를 바꿔놓았다.

 월드컵에서 정 감독은 상명하복 문화에서 현역 생활을 한 40, 50대 지도자와 권위주의에 반발하고 공정성 등의 가치를 중시하는 ‘Z세대’(1999∼2001년 출생)의 환상적 융화를 보여줬다. “‘하지 마라’는 말을 반복하기보다는 선수들이 자율을 요구하는 시점에 단계적으로 휴대전화 사용을 허가하는 등의 변화를 줬습니다. 그랬더니 선수들이 저를 먼저 신뢰하면서 끈끈한 관계가 됐습니다.” 정 감독은 자신의 리더십이 엄한 아버지나 무서운 형도 아닌 삼촌에 가깝다고 했다. “삼촌 말은 가끔 안 들어도 되지 않나. 용돈 준다고 하면 또 잘 따르고….”

 20세 이하 월드컵 멤버 중 오세훈(상주), 엄원상(광주) 등은 2020 도쿄 올림픽 최종예선(내년 1월)에 나설 22세 이하 대표팀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소속팀과의 차출 협의가 진행 중인 이강인은 합류가 확정되지 않았다. 정 감독은 제자들에게 당부의 말을 남겼다. “장신(193cm) 오세훈은 제공권을, 빠른 발을 가진 원상이는 스피드를 살려 팀 공격을 이끌었으면 좋겠다. 월드컵 경험이 큰 자산이 될 것이다.” 이강인은 월드컵 이후에도 정 감독에게 이따금씩 개인적으로 연락을 한다고 한다. 정 감독은 “자기가 심심하면 ‘언제 한번 보시죠’라며 연락이 와요”라며 웃었다. 그는 또 “강인이가 자신의 약점(수비 가담 능력)을 보완하려고 노력하다 퇴장도 당했다. 그런 점은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삼촌 리더십’을 바탕으로 3년 안에 서울 이랜드를 K리그1(1부)로 승격시켜 FC서울과의 ‘서울 더비’를 성사시키겠다는 각오다. 2015년부터 2부 리그에 참가한 이랜드는 아직 1부 승격 경험이 없다. 최근 2시즌은 연속 꼴찌. 정 감독은 “얼마 전 강연회에서 1부 승격 포부를 밝혔더니 같은 자리에 있던 최용수 서울 감독이 나를 보며 웃었다. 그래서 내가 ‘FC서울이 2부로 강등돼 더비가 성사되면 안 되고, 우리가 (1부로) 올라가겠다’고 말했다”며 웃었다.

 20세 이하 월드컵 준우승으로 정 감독이 지키지 못한 공약이 한 가지 있다. “우승하면 춤을 한번 신나게 춰보겠다”는 것이었다. 정 감독에게 ‘이랜드를 1부로 올려놓으면 춤을 볼 수 있느냐’고 물었다. “춤판이 벌어지겠죠. 아니 그보다 더한 것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정윤철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