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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 위성정당 꼼수 부를 ‘누더기 선거법’, 강행하면 헌정사 오점 될 것

비례 위성정당 꼼수 부를 ‘누더기 선거법’, 강행하면 헌정사 오점 될 것

Posted December. 26, 2019 07:42,   

Updated December. 26, 2019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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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한국당을 배제한 범여권 ‘4+1’협의체가 만든 공직선거법 개정안 처리를 늦추려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어젯밤 12시에 종료됐다. 원래 필리버스터는 야당의 합법적 의사방해 전술인데 여당 의원들이 선거법 찬성 필리버스터를 하는 초유의 상황도 벌어졌다. 임시국회 회기가 바뀌면 필리버스터를 한 안건은 곧바로 표결에 부칠 수 있다. 여당은 새 회기가 시작되는 오늘 선거법을 상정해 표결 처리하겠다고 한다.

  ‘4+1’선거법은 ‘지역구(253석)+정당명부 비례대표(17석)+준연동형 비례대표(30석)’ 3종 세트로 구성돼 있다. 지역구에서 의석을 많이 확보할 원내 1, 2당의 비례대표 몫은 크게 줄어든다. 연동률 50%가 적용되는 비례대표 30석에서 거의 없어질 원내 1, 2당 몫은 군소야당이 가져간다. 지역구 사표(死票)에서 버려지는 군소야당 지분을 보장한다는 명분 때문에 1, 2당이 정당투표에서 얻는 표는 대부분 휴지 조각이 될 것이다. 똑같은 가치를 갖는 지역구투표와 정당투표의 균형이 깨지는 것이다. 더욱이 제왕적 대통령중심제를 그대로 둔 채 내각제 국가인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만 차용하는 것은 유리한 것만 끼워 넣겠다는 선거법 ‘게리맨더링’이나 다름없다.

 한국당은 이 선거법이 통과되면 비례전문 위성정당인 ‘비례한국당’을 만들겠다고 했다. 여당 내부에서도 비례민주당을 만들어 맞불을 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처리를 위해 군소야당에 선거법 선물을 준 여당으로선 군소야당 눈치를 안 살필 수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가 됐다.

 군소야당은 막판 협상에서 석패율제 철회를 대승적 결단이라고 포장했지만 연동형 비례대표 지분은 사실상 확보했다. 1, 2당의 진입을 봉쇄한 상태에서 군소야당들의 의석 파이를 키운 것이다. 이러니 군소야당이 사실상 여당의 위성정당인 ‘비례민주당’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또 호남 지역구가 많은 군소야당들은 여당을 압박해 통폐합 대상이 많은 호남권 지역구도 다 살려놓았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벼랑 끝 협상으로 실리(實利)를 다 챙겨놓고서 ‘개혁’이라고 포장하는 건 부끄러움을 모르는 행동이다.

 역대로 ‘선거의 룰’인 선거법 협상만큼은 이렇게 일방적으로 진행한 적은 없었다. 제1야당을 배제한 채 이뤄진 ‘4+1’ 밀실 협상을 거치면서 누더기가 되어 버린 선거법은 정치적 꼼수의 빌미만 제공할 뿐이다. 이런 선거법이 일방 처리되면 우리 헌정사의 큰 오점으로 남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