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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의 재발견

Posted October. 31, 2019 07:54,   

Updated October. 31, 2019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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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하네스 페르메이르는 렘브란트와 함께 17세기 네덜란드 미술을 대표하는 국민화가다. 하지만 19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그는 역사에서 완전히 잊힌 화가였다. 사후 거의 200년 동안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그는 어떻게 세계적인 화가로 재발견될 수 있었을까?

 이 그림은 페르메이르가 남긴 가장 작은 그림이지만 작가 이력에 있어 가장 중요한 작품이다. A4 용지보다 작은 그림 속에는 노란 드레스를 입은 여성이 작업대 앞에 앉아 레이스를 뜨고 있다. 그녀는 두 개의 실타래를 가지고 조심스럽게 손을 놀리며 바늘을 꽂고 있다. 화가는 레이스를 뜨는 인물의 모습을 매우 상세하고 정밀하게 그린 데 반해 전경은 이례적으로 추상적으로 처리했다. 화면 왼쪽의 파란 쿠션에서 삐져나온 붉은 실은 마치 액체처럼 흐물흐물하고 흐리다. 비슷한 시기에 그려진 다른 인물화들은 모든 소품까지 매우 정교하게 묘사했지만 이 그림에서는 과감하게 추상적인 시도를 한 것이다.

 일상의 소소한 장면을 독특한 기법으로 신비롭게 그려낸 이 그림은 분명 매력적이다. 당시에도 그는 델프트에서 꽤 인정받는 화가였고 단골 고객도 있었다. 하지만 평생 남긴 작품 수가 서른다섯 점뿐이라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잊혔던 그를 역사의 무대 위로 끌어올린 이는 뜻밖에도 프랑스인이었다. 1866년 미술 비평가였던 테오필 토레는 이 델프트 화가의 작품들을 집중 연구한 논문을 출간한 후 이를 들고 유럽의 주요 미술관들과 개인 컬렉터들을 찾아다니며 페르메이르의 가치를 알렸다. 그의 노력은 1870년 루브르 박물관이 이 그림을 구입하면서 그 결실을 맺었다.

 이후 페르메이르는 세계 최고의 박물관 벽에 걸린 위대한 대가의 반열에 올랐고, 그림들이 재평가받으면서 아주 비싸지자 다른 미술관과 부호들도 관심을 갖고 사들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토레는 그 모습을 보지 못하고 1869년 세상을 떠났다. 대신 페르메이르를 재발견한 사람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김성경기자 tjdrud0306@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