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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사법판단 사실상 완료...논란 역사로 넘겨야

국정농단 사법판단 사실상 완료...논란 역사로 넘겨야

Posted August. 30, 2019 07:39,   

Updated August. 30, 2019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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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어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에 대해 공직선거법상 선출직 공무원의 뇌물죄는 다른 죄와 따로 분리해 형을 선고해야 한다는 규정을 고등법원이 위반했다며 사건을 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또 삼성이 최씨 측에 제공한 승마용 말 3마리도 형식적 소유권에 관계없이 실질적 처분권한이 넘어간 것으로 봐 뇌물액수에 포함시켜야 한다며 유죄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가장 액수가 큰 삼성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은 재단이 아닌 박 전 대통령과 최 씨가 직접 받았다고 보기 어려워 뇌물로 보지 않았다. 특이한 것은 이 부분은 협박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려워 1,2심 모두 인정한 강요죄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점이다. 기업들에 대한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금 강요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가장 중요한 탄핵사유 중 하나였으나 대법원이 최종적으로 부인함에 따라 이 부분 논란이 예상된다.

 대법원은 삼성의 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 16억원에 대해서는 경영권 승계라는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고 보고 뇌물로 인정했다. 영재센터 후원금은 영재센터가 받은 제3자 뇌물에 해당해 박 전 대통령이 직접 받은 뇌물로 취급된 최 씨 측 승마 지원과 달리 부정한 청탁이 전제돼야 한다. 대법원은 삼성과 같은 대기업에는 승계 작업이라는 현안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묵시적 청탁이 가능하다고 봐 1,2심보다도 넓게 부정한 청탁의 성립을 인정했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이 대법원 취지대로 선고하면 뇌물증여액과 횡령액은 86억원으로 늘어난다. 수사단계에서 구속된 이 부회장은 항소심에서 36억원만 뇌물증여와 횡령이 인정돼 풀려났다. 그러나 말 3마리와 영재센터 후원금은 뇌물로 보더라도 기업 측이 권력을 움직인 적극적인 뇌물이라기보다는 권력의 압박에 따른 기업 측의 수동적인 뇌물이라는 점을 고려해 형량과 집행유예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의 경우는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강요죄가 성립하지 않아 형이 줄어들지만 수뢰액이 늘어나고 뇌물죄가 분리돼 선고됨에 따라 전체적으로 형량은 늘어날 전망이다.

 세 사람 모두 형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국정농단 사건의 중요 쟁점에 대한 사법부 판단의 윤곽은 다 드러난 셈이다. 삼성 측은 대법원 선고 직후 “앞으로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고 기업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원은 신속한 재판의 원칙에 따라 파기환송심을 가능한 빨리 끝내 박 전 대통령 사면을 둘러싼 논의의 길을 열어야 한다. 국정농단을 둘러싼 논란은 서서히 역사적 판단의 영역으로 넘길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