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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 담긴 이바라키현 공무원의 e메일

Posted August. 23, 2019 09:53,   

Updated August. 23, 2019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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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적 항공사로서는 유일하게 일본 이바라키 공항에 정기편을 운항하던 이스타항공가 최근 한일 관계 악화로 운항 중단을 결정한 직후 이바라키현 공무원으로부터 e메일 한통을 받았다. 지난해 말 취재를 위해 일본을 방문했을 만난 관광진흥 업무 담당자인 그는 “노선이 중단돼 너무 슬프다”고 적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세상이 끝난 것은 아니니, 다시 (노선 회복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몇 줄 안 되는 e메일이었지만, 문장 마다 말줄임표(…)가 있었다. 그 만큼 아쉬움이 컸다는 의미로 읽혔다. e메일을 보낸 그가 한국∼이바카리 노선의 개설과 유지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바라키는 도쿄에서 버스로 1시간 30분 정도 떨어진 곳이다. 도쿄와 가까워 2010년 아시아나항공이 국내에서 첫 취항했지만 이듬해 동일본 대지진으로 중단됐다. 이후 몇 편의 부정기편이 뜨긴 했지만 정기 노선은 없었다. 이에 이바라키현 공무원들은 한국을 수차례 방문해 항공사와 여행사 등을 돌며 적극적인 구애를 했다. 한국인도 여러 명 채용했다. 한국에서 열리는 관광 박람회와 관련 세미나 등에도 참석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7월부터 이바라키에 정기편을 띄우기 시작했다.

 올해 봄 기자가 한국에서 다시 만난 이바라키현 공무원들은 거리의 간판을 읽고 간단한 한국어도 말할 수 있게 됐다고 자랑했다. 노선 취항 이후 한국을 잘 알고 싶어 한국어를 틈틈이 배웠다는 것이다. 이바라키현은 지난달 이바라키 공항에서 한복을 입고 김치와 회오리 감자 등 한국의 길거리 음식을 체험하는 이벤트도 열었다. 한국인 여행객 유치 뿐 아니라 일본인들이 한국으로의 여행도 독려한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일본인 관광객 증대로 이어졌다. 지난해 8월 이후 일본인 9000여 명이 이바라키 공항을 통해 한국을 찾았다.

 이런 노력이 모여 한일 교류가 늘어나던 상황에서 이바라키 노선 중단은 가슴 아픈 소식일 수밖에 없다. 이바라키현에서 고용돼 ‘한국 알리기’를 하고 있는 한국인 직원은 “노선 중단 소식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며 “한일 관계가 좋지 않은 만큼 신중하게 시간을 들여 차선책을 강구하고 다시 이바라키에 한국 항공기가 뜨기를 바란다”고 최근 소셜네트웨크서비스(SNS)에 글을 올렸다. 하지만 이스타항공 측은 “가슴 아픈 일이 항공업계에 벌어지고 있다”면서 최근 분위기를 의식한 듯 향후 일정 등에 대해서는 말을 아낄 수밖에 없었다.

 항공과 관광 산업 발전을 위한 노력들이 한일 관계 악화로 물거품이 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운 요즘이다. 국내 항공업계 관계자가 “한일 관계 악화로 왜 하루하루 열심히 살고 있던 평범한 국민들이 피해를 봐야 하는 걸까요?”라는 질문이 귓가를 맴돈다.


변종국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