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韓日에 주어진 ‘운명의 일주일’

Posted July. 29, 2019 08:02,   

Updated July. 29, 2019 08:02

ENGLISH

 일본의 수출 제한 조치 한 달째를 맞이하는 이번 주가 한일 갈등 확산 여부를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 2일 태국 방콕에서 개막하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는 한일은 물론 미국 외교 수장까지 한자리에 모인다. 외교적 노력을 통한 해법 마련의 돌파구가 형성될 수 있다는 관측도 조금씩 확산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28일 “이번 달 중·후반을 지나며 정부 내에서도 ‘외교적 해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그간 우리 정부의 대화 제의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던 일본의 태도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시도지사들과의 오찬에서 이번 갈등에 대해 “외교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하고, 25일에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일본에 “외교적 협의로 해결책을 찾자”고 제안한 것도 단순한 기대감을 밝혔다기보다는 이런 흐름을 반영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상이 26일 전화 통화를 한 후 ARF에서 한일 외교장관 회담과 국장급 회담 성사 가능성이 확실히 이전보단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ARF에서 한미일 3국 외교장관 회동도 가시화되고 있다. ARF에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참석한다.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26일(현지 시간) 전화 브리핑을 통해 “미국과 한국, 일본이 같은 장소에 있게 될 때마다 함께 모이고 싶은 바람(desire)이 생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우리는 (한일) 양국 간의 긴장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생산적이고 양측에 이득이 돌아가는 방식으로 이 문제들을 다루도록 양국을 장려할(incentivize)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도 했다. 중재는 아니더라도 적극적인 관여 의사는 여전하다는 메시지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만약 한일 및 한미일 외교 장관 회담이 ARF에서 성사된다면 일본 경제 보복 조치 이후 처음으로 한일 외교라인 간 회동이 이뤄지게 된다. 한 외교 소식통은 “지난주 한반도 주변에서 보여준 북-중-러의 연쇄 도발로 인해 한미일 3각 안보 협력의 중요성이 새삼 재확인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과는 별개로 일본의 경제 보복 프로세스는 계속 굴러갈 것이라는 점은 여전히 변수로 꼽힌다. 일본 정부는 ARF가 열리는 다음 달 2일 각의(국무회의)를 열어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하는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정부 관계자는 “일본의 전략이 계속 바뀔 수 있기 때문에 무조건 낙관론에만 매달리지는 않고 있다. 경우의 수에 따른 대응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 · 신나리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