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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핑크스의 나라 들썩이게 한 케이팝 축제

스핑크스의 나라 들썩이게 한 케이팝 축제

Posted July. 26, 2019 07:39,   

Updated July. 26, 2019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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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BTS)은 이집트에 안 오나요?”

 24일(현지 시간) 오후 이집트 수도 카이로의 예술대학 내 사예드 다르위시 극장에서 열린 ‘2019 케이팝 월드 페스티벌 이집트 예선전’. 관객석을 가득 메운 이집트 젊은이들이 유창한 한국어로 BTS 등 한국 스타에 대한 관심을 표현했다. 이들은 혼잡스러운 행사장 출입구에서 한국인 관계자나 교민과 몸이 부딪치면 고개를 숙이며 한국어로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하기도 했다.

 이집트 주재 한국대사관과 한국문화원이 개최한 이날 행사는 올 10월 경남 창원에서 열리는 케이팝 월드 페스티벌에 참가할 이집트 대표를 뽑기 위한 자리였다. 노래와 춤 부문에서 6개 팀씩, 총 12개 팀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BTS, 포미닛, 블랙핑크, 다비치 같은 한국 가수들의 노래와 춤을 열정적으로 소화했다.

 노래 부문은 에일리의 ‘헤븐’을 부른 옴니아 이브라헴 파델이, 춤 부문은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어느 날 머리에서 뿔이 자랐다’에 맞춰 춤을 춘 AMM.Bro팀이 우승했다. 이들은 세계 100여 개국에서 선발된 팀들과 한 번 더 경선을 거쳐 최종 선발되면 10월 본행사에 참가하게 된다.

 관객 1000여 명은 행사 내내 자신이 좋아하는 한국 스타의 이름을 외치거나, 노래가 나오면 따라 부르는 ‘떼창’을 선보였다. 윤여철 주이집트 한국대사는 “이집트 한류팬들은 오래전부터 자체적으로 팬클럽을 조직하고, 케이팝 콘서트까지 개최할 정도로 열성이 대단하다. 머지않은 미래에 이들이 케이팝 스타들과 만나길 기대한다”고 했다.

 아랍권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이집트(약 1억 명)는 최근 한국문화원의 한국어와 한국요리 강좌 수강 경쟁률이 각각 6 대 1, 30 대 1을 기록할 만큼 한류가 유행이다. 지난해에는 현지 방송국에서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와 ‘질투의 화신’을 방영했다. 지난달 20일부터 한 달간 한국문화원이 케이팝 강사를 초청해 진행한 ‘케이팝 아마데미’도 큰 관심을 받았다. 케이팝 아카데미는 총 80명의 수강생을 대상으로 진행됐는데, 이날 행사 참가자 대부분이 이 프로그램에서 교육을 받았다.

 한국 문화에 대한 뜨거운 관심에 비해 이집트에선 아직 한국 가수의 공연이 열린 적이 없다. 북아프리카에서 시작된 민주화운동인 ‘아랍의 봄’ 이후 두 나라 간 직항편도 없어져 방문이 예전보다 불편해진 상황이다.


이세형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