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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법판결에 경제보복 칼 뺀 日

Posted July. 02, 2019 07:28,   

Updated July. 02, 2019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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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기업이 반도체 TV 스마트폰 제조에 필수적인 3개 품목을 한국에 수출할 때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수출 규제를 일본 정부가 공식 발표했다. 아울러 군사 분야에 전용될 수 있는 첨단재료 수출 시 허가를 면제해 주는 ‘백색국가’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기로 했다.

 이는 한국 대법원이 지난해 10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배상하라고 한 판결에 대한 사실상의 ‘경제 보복’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1일 오전 ‘대한민국에 대한 수출관리 운용 개정에 대해’라는 자료를 내고 TV와 스마트폰, 반도체 부품을 한국에 수출할 때 규제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반도체 생산에 필수 소재인 포토레지스트(감광액)와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 최신 스마트폰에 많이 쓰이는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제조에 쓰이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3개 품목은 4일부터 ‘포괄적 수출허가제도’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렇게 되면 일본 기업들이 이 3개 품목을 한국에 수출하려면 매번 정부의 허가와 심사를 받아야 한다. 심사에 약 90일이 걸릴 뿐 아니라 심사를 거친 뒤 ‘불허’ 판정을 받아 수출 길이 원천 봉쇄될 수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1일 “일본 정부는 기본적으로 수출을 허가하지 않겠다는 방침으로 사실상의 금수조치가 될 것”이라고 했다.

 경산성은 또 한국을 다음 달 1일부터 백색국가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일본은 안보상 우호국을 백색국가로 규정하고 수출 허가 신청을 면제하고 있다. 백색국가는 현재 27개국인데, 한국은 2004년에 지정됐다. 백색국가에서 제외되면 일본 기업이 수출할 때마다 정부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한 달간 의견 청취를 한 후 다음 달 1일부터 실시할 예정이다.

 이번 조치에 대해 경산성은 “수출 관리는 국제법적 신뢰를 토대로 구축되지만 현재 일한 관계는 신뢰가 현저하게 손상됐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전까지 징용공(강제징용 피해자) 문제에 대해 만족할 만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며 “경산성 자체 판단이 아니라 내각 전체로서 이번 조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징용 문제가 이번 조치를 내게 된 직접적 이유 중 하나라는 것이다.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은 1일 오후 2시 25분경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를 서울 외교부 청사로 초치했다. 정부는 일본의 이번 결정이 한국을 표적으로 한 독단적인 결정이었으며 공정하고 자유로운 무역 질서에 반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은 정치 문제로 경제가 부정적 영향을 받는 상황을 우려했다. 한 기업 관계자는 “하루 종일 대책 없는 대책 회의만 이어졌다”며 “기업들 입장에선 정치 문제가 해결돼 리스크가 사라지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양국이 1965년 국교 수립 이후 확대해 온 협력적 경제관계가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로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새샘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