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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대결의 세계질서 격변에 ‘미루고 피하는 외교’론 안 된다

美中대결의 세계질서 격변에 ‘미루고 피하는 외교’론 안 된다

Posted June. 29, 2019 07:55,   

Updated June. 29, 2019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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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무역분쟁으로 세계 경제가 축소 균형을 향해 치닫는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다간 결국 자신과 상대 모두에게 불리한 결과를 낳는다는 게임이론에 빗대 무역전쟁을 벌이는 미국과 중국을 향해 대타협을 촉구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그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서는 “어느 한 나라를 선택하는 상황에 이르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문 대통령 발언은 우리 동맹국인 미국과 최대시장인 중국 양측 모두를 향한 원론적인 촉구일 테지만, 미중 무역·기술전쟁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우리의 난감한 처지를 보여준다. 이번 G20 정상회의는 일방주의와 보호무역을 내세워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미국과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을 내세워 견제하려는 중국 간 대결의 장이 됐다. 그런 상황에서 한국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당분간 선택을 유보한 상태로 지켜보겠다는 태도인 것이다.

 지금 벌어지는 미중 갈등은 단순히 무역·기술을 둘러싼 대결이 아니라 향후 세계질서의 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사생결단의 패권경쟁이다. 오늘 미중 정상 간 담판에서 휴전이냐, 결전이냐는 일단 판가름이 나겠지만, 휴전에 동의한다고 해서 양측의 전략경쟁이 수그러들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의 무역·기술 갈등은 조만간 사이버, 바이오, 우주, 나아가 군사안보 영역까지 전방위로 이어질 패권 전쟁의 시작 국면에 불과하다.

 지금 우리로선 섣불리 한쪽 편을 들 수 없겠지만 마냥 손놓고 기다릴 만큼 한가하지 않다. 문 대통령이 어제 ‘죄수의 딜레마’를 들어 미중에 타협을 촉구했지만 정작 그 사이에 끼어 있는 우리의 딜레마에 대한 해법은 있는지 의문이다. 미중 갈등의 한복판에 등 터지는 새우 신세가 되지 않기 위해선 장기적인 국가전략 아래 선제적인 외교로 대응해야 한다. 하지만 오히려 우리 외교는 마냥 움츠려들면서 주변으로 내몰리고 있다.

 당장 G20 외교 무대에선 한·미·일 공조가 미·일·인도 구도로 바뀐 양상이다. 주최국이자 이웃인 일본은 한국을 대놓고 홀대하고 있다. 정작 우리 정부가 매달려온 북핵 외교에선 한미 간 이견과 북한의 무시를 불러왔다. 이 모든 게 짐짓 중재 역할을 자처하며 해야 할 선택은 미루고 피하면서 중심을 잃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외교의 토대인 한미동맹을 굳건히 다지면서 적극적인 자세로 외교 영역을 넓혀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