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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세시위로 남편들 체포되자 바통 이어받아 시위 주도

만세시위로 남편들 체포되자 바통 이어받아 시위 주도

Posted June. 15, 2019 07:35,   

Updated June. 15, 2019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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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 영덕군 만세시위는 여성들이 크게 활약한 시위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지금까지 3·1운동과 관련해 독립유공자로 포상된 경북 여성은 모두 6명. 안동시, 경주시, 구미시, 칠곡군에서 한 명씩 나왔고 영덕군은 두 명이다. 영덕군 지품면 원정동의 북장로교 신자였던 윤악이(1897∼1962·대통령표창)와 신분금(1886∼미상·대통령표창)은 남편들이 만세시위로 체포되자 이를 계기로 시위에 적극 가담한다.

 윤악이의 남편 주명우(건국훈장 애족장)는 1919년 3월 19일 지품면 원정동 장날 시장에서 동료 기독교인 10여 명과 함께 ‘대한독립 만만세’라고 적은 종이 깃발을 흔들며 만세를 외쳤다.

 시위 주동자였던 주명우는 “한국 독립의 목적을 달성할 때까지 죽어도 멈추지 말라”고 연설하다 체포돼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재판 과정에서 대한의 독립을 축하했다는 이유로 징역 2년을 선고한 것의 부당함을 따진 뒤 “몸은 강탈할 수 있으나 마음은 진실로 불복한다”며 기백을 굽히지 않았다. 신분금의 남편 김태을(대통령표창)은 3월 18일 강우근이 주도한 영덕면 남석동 시장 시위에 참가했다 체포돼 징역 8개월을 선고받고 옥고를 치렀다.

 아내들도 남편의 기백에 뒤지지 않는 당당함을 보였다. 자품면 원정동 장날인 3월 24일 윤악이는 남편의 뜻을 대신 이루겠다는 듯 신분금에게 “오늘 여기 시장에서 독립운동을 하자”고 제의했고 신분금도 이에 동의했다.

 윤악이는 시장에 몰려든 사람들에게 “우리는 여자이지만 한국의 독립을 희망하여 한국 만세를 부른다”고 말한 뒤 만세를 외쳤다. 신분금도 군중을 이끌며 만세시위를 벌였다. 현장에서 체포된 윤악이와 신분금은 보안법 위반 혐의로 각각 징역 8개월과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들처럼 부부가 같이 독립운동을 주도한 사례는 영덕이 전국에서 유일하다는 게 영덕지역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강윤정 경북독립운동기념관 학예연구부장은 “자신들도 체포될 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던 윤악이와 신분금이 만세운동을 주도한 것은 당시로서는 선택하기 어려운 일이었고, 역사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성동기 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