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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영화 '기생충', 칸 영화제서 호평 일색

봉준호 영화 '기생충', 칸 영화제서 호평 일색

Posted May. 23, 2019 07:39,   

Updated May. 23, 2019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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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칸의 뤼미에르 대극장을 가득 메운 관객 2000여 명으로부터 7분간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다.

 21일 오후 10시(현지 시간)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관객들로부터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가디언, 버라이어티 등에 따르면 관객들은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고 극장의 불이 켜지자 일제히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박수가 이어지자 봉 감독은 마이크를 잡고 우리말과 영어로 “감사합니다. 집에 갑시다(Thank you for everyone. Let's go home)”라고 화답했지만 박수는 계속 이어졌다.

 칸에서 공개된 영화 ‘기생충’은 봉 감독의 7번째 장편이다. 같은 도시에서도 언덕 위 대리석으로 지은 집에는 부유한 가족이, 벌레가 기어 다니는 지하에는 가난한 가족이 산다. 봉 감독은 상반된 두 가족을 통해 세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빈부격차 문제를 다뤘다. 가족 구성원 모두 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 사장(이선균)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두 가족이 예기치 않은 사건들에 휘말리는 이야기다.

 봉 감독은 지난달 칸 초청 직후 한국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외국 관객들은 100% 이해하지 못할 디테일이 포진해 있다”고 말했지만 외국 관객들에게도 그의 진의가 전달된 모양새다. BBC는 칸 개막과 함께 ‘칸에서 봐야 할 작품 10편’을 선정하면서 첫 번째로 그의 영화를 꼽았다.

 상영 직후 외신은 영화에 대한 호평을 쏟아냈다. 가디언은 별점 5개 만점에 4개를 부여하며 “‘기생충’은 사회적 지위, 열망, 물질주의, 가부장제 등에 대한 기이한 블랙 코미디로, 넝쿨처럼 보는 이의 안으로 깊숙이 파고든다”고 평가했다. 텔레그래프 역시 “유혈이 낭자한 한국의 풍자극이 당신을 괴롭게 할 것”이라는 제목으로 같은 평점을 제시했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2003년 ‘살인의 추억’ 이후 봉준호 감독이 만든 사회에 대한 가장 성숙한 성명”이라고 표현했다. 인디와이어는 “봉준호 영화 중 최고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함께 살아간다는 것의 공포에 관해 현실에 단단히 발을 붙이고, 재미있고 웃기면서도 아플 정도로 희비가 엇갈리는 것을 전작들을 모두 합쳐 한 꾸러미로 보여준다. 봉준호는 마침내 하나의 장르가 되었다”고 평가했다.

 한편 봉 감독은 영화 상영에 앞서 칸에 모인 미디어에 배포한 자료를 통해 스포일러를 자제해 달라는 편지를 한국어, 영어, 프랑스어로 덧붙여 눈길을 끌었다. 그는 편지를 통해 “요즘 관객들은 기대작 개봉을 기다릴 때, 평소 즐겨 찾던 영화 사이트도 멀리하고 사람 많은 극장 로비에서는 일부러 헤드셋을 쓰고 음악 볼륨을 높인다고 한다”며 “관객들이 때론 숨죽이고 때론 놀라며 매 순간의 생생한 감정들과 함께 영화 속으로 빠져들기를, 만든 이들은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당부했다.


이서현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