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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틀 바꿀 뜻 없다는 文, 지난 2년 겸허히 돌아봐야

정책 틀 바꿀 뜻 없다는 文, 지난 2년 겸허히 돌아봐야

Posted May. 14, 2019 08:01,   

Updated May. 14, 2019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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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다수의 희생 위에 소수에게 기회와 혜택을 집중했던 특권경제의 익숙함을 깨뜨리지 않고는 불평등의 늪을 헤쳐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반칙과 특권, 편법과 탈법이 당연시되어온 불공정의 익숙함을 바로잡지 않고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를 기대할수 없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집권 3년째에 접어들어 처음 주재한 회의에서 이처럼 강조한 것은 소득주도성장과 적폐청산 등을 주축으로 한 기존 정책 틀을 바꿀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수출과 투자가 동반 부진을 보이며 경제성장률이 빠르게 하락한 것은 정부가 이념에 치우쳐 현실과 동 떨어진 정책을 밀어붙인 탓이 크다. 그 결과 일자리가 줄고 소득격차가 벌어져 서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데도 지난 2년간 실패로 판명 난 ‘경제 실험’을 계속 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태도는 매우 우려스럽다. 게다가 올해는 미중 무역 분쟁, 브렉시트 등으로 대외 환경조차 우호적이지 않다. 문 대통령부터 냉철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유연한 사고를 하지 않으면 우리 경제는 더 큰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

 남북관계에 대한 경직된 태도도 아쉽다. 문 대통령은 “대립하고 반목하는 대결구도의 익숙함을 그대로 두고는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는 오지 않는다”며 “분단을 정치에 이용하는 낡은 이념의 잣대는 버려야 한다”고 했다. 인내와 대화로 북한을 이끌어온 문재인 정부의 ‘평화 프로세스’는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벽에 부딪힌 상황이다. 한미 공조를 통해 북한을 압박할 필요가 커졌는데도, 그런 요구를 낡은 대결구도에 사로잡힌 ‘버려야 할 것’으로 규정하는 태도는 위험한 이분법이다.

 공직선거법과 검찰 개혁 관련 법안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면서 촉발된 여야 갈등의 책임을 모두 야당 탓으로 돌리는 태도도 문제다. 문 대통령이 스스로 지적한대로 국회가 일하지 않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직접 야당을 비판하고 잘잘못을 따지는 일은 꼬인 정국을 푸는데 도움이 안 된다. 오히려 국정 운영의 최고 책임자로서 먼저 손을 내밀고 통합과 협치에 의지를 보여야 한다. 필요하다면 자유한국당이 요구하는 일대일 영수 회담 수용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문 대통령이 남은 임기 3년 동안 성공을 거두려면, 지난 2년의 국정운영 성과를 냉정하게 받아들이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아집과 진영 논리에 매몰돼 단 한 점의 실패도 인정하지 않는 태도는 더 큰 실패로 이어져 국민의 삶을 팍팍하고 고달프게 만든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