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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년 전 한문으로 쓴 ‘홍길동 전(傳)’ 발견

400년 전 한문으로 쓴 ‘홍길동 전(傳)’ 발견

Posted April. 25, 2019 07:46,   

Updated April. 25, 2019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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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 400년 전 한문으로 쓴 ‘홍길동 전(傳)’이 발견됐다. 명칭은 ‘노혁전(盧革傳)’. 이 작품은 한글소설 ‘홍길동전’의 원작자가 허균(1569∼1618)이 아니라는 걸 뒷받침하고 있어 주목된다.

 이윤석 연세대 명예교수(국문학)는 다음 달 발표할 예정인 논문에서 “노혁전은 짧은 한문 ‘전’ 형식이며 내용은 야담에 가깝다”며 “노혁전 저자보다 19년 앞서 태어난 허균의 홍길동전 역시 노혁전과 내용·형식이 유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발견한 노혁전은 전북 전주에 사는 조봉래 씨가 이 교수에게 제공했다고 한다.

 노혁전은 의주부윤 등을 지낸 지소 황일호(1588∼1641)가 1626년 쓴 것으로 ‘지소선생문집(芝所先生文集)’에 실려 있다. 황일호가 전주 판관 시절 종사관으로부터 들은 도둑 ‘노혁’의 일대기를 담았다. 글에는 “노혁의 본래 성은 홍(洪)이고, 그 이름은 길동(吉同)”이라고 적혀 있다. 연산군 시절 실존 인물인 홍길동의 이야기가 변형돼 전해지다, 120여 년 뒤에 기록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1674년 간행된 택당집(澤堂集)에는 “허균은 또 홍길동전을 지어 수호전에 비겼다(筠又作洪吉同傳以擬水滸)”고 나와 있다. 그러나 한글소설 홍길동전에는 허균의 사후 인물인 장길산이 언급되는 데다, 한글소설 양식 자체가 허균 사후 약 200년 뒤에나 등장한다. 결국 허균이 지은 홍길동전은 한글소설이 아니라 노혁전과 비슷한 한문 전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노혁전은 길이도 약 750자에 불과해 4만∼5만 자 분량의 한글소설 홍길동전과는 차이가 크다.

 이 교수는 “한글소설 홍길동전은 1800년경 서울의 세책집에서 만들어 빌려주던 서민의 오락물이지 양반 지식인이 사회 문제를 비판하고자 지은 것이 아니다”라며 “허균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점이 노혁전의 발견으로 다시 한 번 드러났다”고 말했다.


조종엽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