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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反이민 둘러싼 논란 거세져

Posted March. 22, 2019 08:15,   

Updated March. 22, 2019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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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에서 반(反)이민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이탈리아의 반난민 정책에 불만을 품은 세네갈계 버스기사는 중학생들을 태운 스쿨버스를 납치해 불을 질렀고, 터키 이민자가 저지른 ‘트램 총격사건’을 겪은 네덜란드의 지방선거에선 반이민 주창자가 세를 과시했다.

 AP통신 등 외신은 이탈리아 북부 크레모나의 한 중학교 학생 51명과 인솔자를 태운 스쿨버스가 20일 밀라노 동남부 외곽도로에서 불에 타 전소했다고 21일 보도했다. 버스가 불타기 전에 학생들이 구조돼 인명 피해는 없었다.

 경찰은 버스기사인 세네갈 출신 남성 우세누 시(47)를 방화 혐의로 체포했다. 시는 2002년부터 스쿨버스를 운전했고 2004년 이탈리아 시민권을 취득했다. 이탈리아 국적 여성과 결혼했다가 이혼했으며 전처와의 사이에 두 명의 10대 자녀가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일각에서는 그의 음주운전 및 성범죄 의혹도 거론했다.

 버스에 탔던 학생들에 따르면 시는 체포 직후 “지중해에서 일어나고 있는 난민들의 죽음을 멈춰야 한다. 난민의 죽음은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탓”이라고 외쳤다. 또 다른 학생은 “그가 이탈리아에 오려다 바다에 빠져 사망한 자신의 딸 3명에 대한 복수를 하기 위해 우리를 죽이려 했다”고 언급했으나 이에 대한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시가 미리 범행을 준비한 정황도 포착됐다. 그는 범행 하루 전 휘발유를 샀고 이탈리아와 세네갈에 있는 친구들에게 “아프리카여, 일어나라”란 메시지도 보냈다.

 이탈리아에서는 지난해 6월 서유럽 최초로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 정당이 집권했다. 반기성정치를 내건 ‘오성운동’과 극우 동맹당은 집권하자마자 반난민 정책을 시행했다. 이를 주도한 사람이 동맹당 대표인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이다. 그는 지난해 8월 난민들의 하선을 열흘간 고의 지연시켜 법정에 섰지만 면책특권으로 이를 모면했다. 지난해 11월 이탈리아에 입국하는 난민들에 대한 거주허가 발급을 제한하는 ‘사회안전 강화법’ 통과도 주도했고, 올해 1월 로마 인근 난민센터를 사전 고지 없이 기습 폐쇄했다.

 20일 네덜란드 지방선거에서도 반이민 정당 ‘민주주의를 위한 포럼’이 약진했다. 2016년 9월 창당된 신생 정당으로 창당 후 처음으로 상원에 진출해 최대 10석을 확보할 것이라고 AP 등이 전망했다.

 현지 언론은 선거 이틀 전인 18일 중부 위트레흐트 시내 트램에서 터키계 남성이 총기를 난사해 3명을 사망케 한 사건으로 흉흉해진 민심이 반영됐다고 보고 있다. 이번 선거는 12개 지방에서 지방의원 570명을 선출하지만 상원 75석을 지방의원들이 선출하는 간접선거여서 결과에 따라 상원 구성이 바뀐다. 위트레흐트 사고 이후 주요 정당들은 선거 운동을 중단했지만 티에리 보데 ‘민주주의를 위한 포럼’ 대표는 “실패한 이민정책으로 사건이 발생했다”며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한 출구조사에 따르면 마르크 뤼터 총리가 이끄는 자유민주당(VVD), 민주당, 기독민주당, 기독연합 등 4개 연립여당은 이번 선거에서 31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연립여당은 현재 상원에서 38석을 차지하고 있으나 이번 선거로 과반이 무너질 위기에 놓였다. 현재 4석을 차지하고 있는 녹색당은 8석으로 늘어나고, 극우정당 자유당(PVV)은 현재 9석에서 6석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위은지기자 wizi@donga.com · 이윤태기자 oldspor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