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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생화학무기, 우리는 대비하고 있나? [청년이 묻고 우아한이 답하다]

북한의 생화학무기, 우리는 대비하고 있나? [청년이 묻고 우아한이 답하다]

Posted March. 06, 2019 09:49,   

Updated March. 06, 2019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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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최근 북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은 북한에 생화학무기 포기를 요구했습니다. 핵무기를 제외하더라도, 한국에 안보위협이 될 수 있는 북한의 생물·화학무기에 한국 정부는 대응하고 있는지, 한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박기범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15학번(서울대 한반도문제연구회)

A. 날카로운 질문입니다. 생화학무기는 빈자의 핵무기라고 불릴 만큼 가난한 국가에서도 손쉽게 만들 수 있는 대량살상무기입니다. 경제성 면에서 가장 우수한 무기이기도 합니다. 단위면적당 살상능력을 비용으로 환산하여 재래식 무기를 100으로 친다면 핵무기는 50~60이지만, 화학무기는 불과 10~20이면 살상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생화학무기는 핵만큼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협입니다. 북한은 현시점에서 세계 1위의 화학무기 보유국이고, 대한민국은 1997년 화학무기금지협약(CWC)이 발효한 이후 가입하여 이미 2008년에 모든 화학무기를 폐기한 상태입니다. 북한은 2017년 김정남 암살사건으로 화학무기를 언제든 사용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였습니다.
생물무기는 기본적으로 세균이나 박테리아이므로 손쉽게 사용할 수 있지만 군사 용도에 맞게 통제하기 쉽지 않아 대부분의 군대에서는 유효한 무기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생물무기를 군사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2018년 한국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은 탄저균, 천연두, 페스트 등 다양한 종류의 생물무기를 자체적으로 배양하고 생산 할 수 있는 능력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되었습니다.
특히 북한의 탄저균은, 2001년 미국 탄저균테러에서도 볼 수 있듯이 사용지역과 범위를 통제할 수 있어 군사적 활용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최근에는 생물공학과 화학산업이 눈부시게 발전하였기 때문에 북한은 그 기술까지 무기체계에 적용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은 국방 차원에서 국군화생방사령부를 통해 각종 생화학전에 대비할 능력을 키워나가고 있으며, 우리 군은 화생방 방호장비를 보유하여 생화학전 상황에서도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 개개인의 보호는 생화학전에서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생화학전에 생존하기 위하여 가장 기본적인 가스마스크나 보호복 등을 갖춰놓은 가정이 대한민국에 몇 군데나 될까요? 정부는 국가안보목표를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하는 안심사회 구현’으로 정해놓은 이상, 화생방 방호에서 국가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합니다.
생화학전은 전선에서만 사용되던 전술적 수단이었지만, 미사일 등 투발수단이 발달하면서 전쟁의 승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전략적 무기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현재 북한의 비핵화협상은 미국을 주축으로 움직이지만 북한의 생화학무기를 적극적으로 챙기는 주체가 없습니다. 북한과의 대화와 군축을 이야기하면서 생화학무기를 뺀다면 이는 본질을 비켜나가는 일입니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WMD대응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