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합창과 군무로 ‘주크박스’ 뮤지컬의 한계 깼다

합창과 군무로 ‘주크박스’ 뮤지컬의 한계 깼다

Posted March. 05, 2019 07:34,   

Updated March. 05, 2019 07:34

ENGLISH

 유명한 노래로 구성한 ‘주크박스’ 뮤지컬은 늘 위험부담이 따른다. 관객은 모든 넘버에서 원곡 가수와 배우의 가창력을 비교할 수밖에 없다. 노래를 소화하는 배우의 호흡과 감정 연기까지도 견주기 마련이다. 뮤지컬 ‘그날들’은 노련한 편곡에 맞춰 중후한 합창과 절도 있는 군무로 위험부담을 극복해냈다.

 작품은 청와대 경호원들이 20년이라는 시간을 두고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사라진 ‘그날’의 기억을 좇는 내용이다. 사랑과 우정, 잊혀진 소중한 가치 등 보편적 내용을 고 김광석의 노래 20여 곡의 노랫말에 비교적 매끄럽게 맞췄다. 2013년 초연 후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편곡은 관객에 따라 호불호가 나뉘지만 점수를 줄 만하다. 대체로 구슬픈 감성을 바탕으로 읊조리듯 노래하고 이따금씩 감성이 폭발하는 김광석 노래를 스토리에 맞게 이어 붙였다. 슬픈 단조의 선율도 밝은 분위기의 장조 화음으로 바꿔 경쾌한 느낌으로 표현했다. 감성이 정점에 달한 순간에는 통기타로만 연주한 원곡에 강한 비트를 입혀 감성을 극대화한다. 뮤지컬 무대가 보여줄 수 있는 격정을 다채롭게 표현했다.

 배우들의 군무와 합창도 매력을 더한다. 무대 장치와 배경이 비교적 빠른 템포로 변하는데 그에 맞게 배우 10여 명이 나와 경호원, 군인 등을 연기하며 절도 있는 안무를 선보인다. 합창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사실 합창은 원곡과 비교될 수 있는 지점에서 위험부담을 상쇄하는 포인트다. 배우들이 무반주나 원곡대로 노래하는 장면에서는 가창력이 아쉬울 때도 있다. 하지만 이 부분을 2, 3명 이상이 합창으로 소화할 때는 웅장한 느낌을 준다.

 시공간을 오가는 이야기는 자칫하면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배우와 무대효과로 이를 충분히 짚고 넘어가며 이해를 돕는다. 극 중간중간 공감할 수 있는 유머 요소도 넣어 눈물을 흘리다 다시 웃음을 터뜨리는 관객들도 있다.

 막이 내린 뒤에도 김광석 노래를 흥얼거리게 만든다. 유준상 엄기준 이필모 서현철 오종혁 등 출연. 5월 6일까지.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6만∼13만 원. 8세 관람가.  ★★★☆(★ 5개 만점)


김기윤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