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산업재해국’ 오명 탈피… 손쉬운 대책 말고 근본해법을

‘산업재해국’ 오명 탈피… 손쉬운 대책 말고 근본해법을

Posted February. 07, 2019 07:29,   

Updated February. 07, 2019 07:29

ENGLISH

 정부 여당이 그제 국회에서 ‘김용균법 후속대책 마련을 위한 회의’를 열고 발전소 하청 근로자의 정규직화 방안 등을 발표했다. 5개 발전사의 연료·환경 설비 운전 분야 업무를 통합한 하나의 공공기관을 만들어 해당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고용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2266명의 하청 근로자가 공공부문으로 흡수되고 경상정비 분야 5300명에 대한 정규직 전환 논의도 시작될 예정이다.

 당정과 고(故) 김용균 씨 유족이 이렇게 합의함에 따라 두 달 여 동안 미뤄졌던 김 씨의 장례식이 오늘부터 열리게 됐다. 김 씨는 지난해 12월 11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설비 점검 도중에 사고로 숨졌다. 사고 후 입사한 지 3개월 밖에 되지 않은 김씨가 안전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위험한 작업장에 투입된 사실이 드러났다. 더구나 김 씨는 ‘2인 1조 근무’라는 규정과 달리 홀로 작업을 하다 변을 당했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는 지난 10년간 12명이 사망했는데 모두 하청업체 소속이어서 원청회사인 한국서부발전은 ‘무재해 사업장’ 인증과 포상금까지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한국은 산업재해 사망률이 근로자 10만 명 당 10명꼴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의 평균 산재 사망률은 10만 명 당 2명꼴로 한국의 5분의 1이다.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어 세계에서 일곱 번 째로 30-50클럽(국민소득 3만 달러이면서 인구 5000만 명 이상인 국가)에 가입한 나라로서 부끄러운 일이다. ‘산업재해국가’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지금부터라도 다각도의 노력을 해야 한다. 

 국회가 지난해 말 통과시킨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은 하나의 시작에 불과하다. 당정이 합의한 진상규명위원회에서 김 씨의 사망 사고에 대한 구조적 원인이 더 밝혀져야겠지만 새로운 공기업을 만들어 이들을 직접 고용한다고 산재가 사라질 지는 의문이다. 임금과 조건이 크게 다른 인력들을 조정하는 일은 새로운 문제를 낳을 수 있고, 갑자기 민간업체의 일감을 빼앗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눈앞의 손쉬운 대책에 집착하기보다 산재를 막기 위한 근본적인 해법을 마련해야 꽃다운 청년의 죽음이 헛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