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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마지막 공주 친필서책 고국 품으로

Posted January. 17, 2019 07:50,   

Updated January. 17, 2019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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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글자 한 글자 얼마나 많은 정성을 들였을까. 조선 마지막 공주 덕온공주(1822∼1824)가 직접 쓴 글씨는 단아하면서도 아름다운 왕실의 한글문화를 제대로 보여준다.

 문화재청은 덕온공주가 쓴 ‘자경전기(慈慶殿記)’와 ‘규훈(閨訓)’ 등 68점으로 구성된 ‘덕온공주 집안의 한글자료’를 지난해 11월 미국에서 경매로 구입해 고국으로 환수했다고 16일 밝혔다. 덕온공주와 양아들 윤용구(1853∼1939), 손녀 윤백영(1888∼1986) 등 왕실 후손이 3대에 걸쳐 작성한 한글 책과 편지, 서예 작품으로 구성됐다.

 덕온공주는 조선 제23대 임금 순조와 순원왕후의 셋째 딸로 태어났다. 공주는 정실 왕비가 낳은 딸을, 옹주는 후궁이 낳은 딸을 일컫는다.

 이번에 환수된 자료 가운데 ‘자경전기’와 ‘규훈’은 처음 발견된 덕온공주의 친필 서책이란 점에서 눈길을 끈다. 덕온공주가 아름다운 한글 궁체로 손수 쓴 책인데, 한문으로 쓰여 있던 것을 한글로 번역해 작성했다. 자경전기는 1777년 정조가 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위해 창경궁 내에 지은 전각 자경전의 유래를 밝힌 책이다. 규훈은 여성이 지켜야 할 덕목과 예절을 소개한 일종의 수신서다.

 순원왕후가 사위 윤의선에게 보낸 편지도 흥미롭다. 감기와 기침을 앓고 있는 사위를 걱정하고, 덕온공주가 궁에 들어와 있어 마음이 든든하다는 내용이 정갈한 글씨에 담겨 있다. 덕온공주 양아들 윤용구가 고종의 지시를 받아 중국 상고시대부터 명나라 말기까지의 역사를 추려서 한글로 번역한 책 ‘정사기람(正史紀覽)’과 딸 윤백영을 위해 여성과 관련된 역사를 발췌해 정리한 ‘여사초략(女史抄略)’ 등도 포함됐다. 윤용구는 고종 때 이조·예조판서를 지낸 관료이면서 뛰어난 글씨를 자랑했는데, 1910년 한일 강제병합 뒤 일제가 주는 남작 작위를 거절한 우국지사다.

 박준호 국립한글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조선 후기 한글 서예의 새로운 명필을 발견해 ‘덕온공주체’라는 새로운 글씨체 활용도 고려해볼 만하다”며 “조선 왕실 여성들의 의사소통에서 한글의 역할과 중요성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중요 자료들”이라고 밝혔다.


유원모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