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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북미회담 장소 머지않아 발표”...베트남-몽골 등 부상

트럼프 “북미회담 장소 머지않아 발표”...베트남-몽골 등 부상

Posted January. 08, 2019 07:36,   

Updated January. 08, 2019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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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 시간)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장소에 대해 미국과 북한이 협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회담 장소 발언으로 한동안 교착 상태였던 2차 북-미 정상회담 준비에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2차 회담 장소로는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이 떠오르고 있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캠프 데이비드 회의 참석차 백악관을 떠나기 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다음 회담 장소를 묻는 질문에 “우리는 (2차 북-미 정상회담) 장소를 협상하고 있다”며 “아마도 머지않아 (장소를) 발표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정말 만나고 싶어 하고 우리도 만나길 원한다. 곧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자”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2차 회담 장소 발언이 나오자마자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후보군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후 귀국길에 “내년 1월이나 2월에 (2차 정상회담이) 열릴 것 같다”며 “세 군데의 장소를 검토 중”이라고 말한 바 있지만 장소를 놓고 북한과 협상 중이라고 밝힌 것은 처음이다.

 아무래도 북한 항공기들이 이동할 수 있는 거리를 고려해 회담을 개최하겠다는 배려를 한 셈이어서 동남아시아 국가들 가운데 하나로 정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앞서 3일 CNN은 트럼프 행정부가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후보지를 찾기 위해 지난해 말부터 아시아 등 복수의 장소에 사전답사 팀을 파견했다고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백악관은 당초 스위스를 염두에 두고 북한과 접촉했지만 북한 측의 이동과 수송 문제로 후보지에서 탈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로선 북한과 우호적인 관계를 가진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몽골 등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베트남의 경우 과거 미국과 전쟁을 치렀지만 현재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북한 경제의 롤 모델이라는 상징성도 있다. 이 밖에도 남북한 간 비무장지대(DMZ)와 미국 하와이 등이 후보지로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인도네시아는 싱가포르보다 멀고 말레이시아는 김정남 암살 사건으로 평판이 안 좋아졌다”며 “미국과도 관계가 개선됐고 북한과도 가까운 베트남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2차 회담이 성사되려면 장소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회담 의제를 얼마나 다듬고 협의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 많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북한과 간접적으로 대화를 해 왔다”며 “우리는 좋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도 했다. 정상회담과 별개로 대북제재는 지속할 것이라고 단서를 붙였지만 “우리는 북한과 잘하고 있다. 로켓 발사는 없었다”며 북핵 문제에서의 진전을 강조했다.

 이를 두고 정상회담 전 실무 및 고위급회담 개최를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미국이 톱다운 방식을 선호하는 북한에 양보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없지 않다.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지낸 위성락 서울대 객원교수는 “미국이 정상회담 아래 단계의 실무 대화를 피하려는 북한에 응대해 주는 정황이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으로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실무회담이 부실한 상태에서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큰 진전이 어렵다는 점이다. 이미 지난해 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도 이와 유사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신 센터장은 “고위급회담이 계속 지연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개최해 북-미 교착 상태를 풀어 보겠다는 생각을 가졌을 가능성이 있다”며 “고위급을 건너뛰고 정상회담이 열리면 비핵화가 아닌 핵 동결 협상으로 방향이 잡힐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구가인 comedy9@donga.com · 한기재 reco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