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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法, 불법 식민지배下‘강제징용 배상청구권’ 재확인했다

大法, 불법 식민지배下‘강제징용 배상청구권’ 재확인했다

Posted October. 31, 2018 07:57,   

Updated October. 31, 2018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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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어제 일제강점기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상고심에서 피해자들의 개인 청구권을 인정해 ‘개인당 1억씩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개인의 배상청구권까지 소멸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신일철주금의 청구권 소멸시효 주장은 신의성실(信義誠實)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판결은 2012년 대법원 1부의 상고심 결론을 그대로 따른 것이다. 당시 대법원 1부도 한일 청구권협정 협상 과정에서 일본 정부가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고 강제동원 피해의 법적 배상을 부인했기 때문에 일제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한일 청구권협정의 적용 대상에 포함되기 어렵다고 봤다. 이번 판결로 피해자들이 실제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앞서 이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개인청구권을 인정하지 않아 일본 현지에서 강제 집행할 길은 없다. 다만 우리 대법원이 일본의 한반도 불법지배와 반인도적 행위에 대한 사법적인 단죄를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번 판결로 2005년 2월 첫 제기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은 13년 만에 마무리됐다. 그동안 소송당사자 4명 중 3명이 세상을 떠났고 98세의 이춘식 씨만이 생존해 있다. 뒤늦은 판결에 안타까움이 남는다. 특히 양승태 대법원은 재상고심을 5년간이나 늦춰왔다. 지연 과정에서 청와대와의 협의도 있었다. 그 협의가 재판 거래에 해당하는지, 외교적 사안에 대한 정부 의견 조회인지는 이번 판결과는 독립해서 사실관계가 규명돼야 할 것이다.

 어제 판결이 나오자마자 일본 정부는 즉각 유감을 표명하고 이수훈 주일 한국대사를 외무성으로 불러 항의했다. 고노 다로 외무상은 담화에서 “한국에 국제법 위반상태를 시정하는 것을 포함해 적절한 조치를 강구하길 요구한다”고 밝혔다. 일본은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 등 강경 대응도 경고했다. 하지만 이런 대응은 지난날의 과오에 대한 반성과 사과는 없이 우경화로 치닫는 ‘위험한 보통국가’에 대한 주변국의 우려만 키울 것임을 알아야 한다.

 이번 판결로 한일관계는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한일 위안부합의를 둘러싼 갈등이 계속되고 최근 제주 관함식의 욱일기 논란까지 한일 간에는 바람 잘 날이 없다. 내년엔 3·1운동과 임정수립 100주년을 맞아 갈등 요인이 더 커질 수도 있다. 그간 한일관계에선 외교보다는 정치가, 장기적 국익보다는 단기적 국민감정에 휘둘려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양국 모두 관계 악화가 가져올 손해를 잘 알고 있다. 갈등을 관리하면서 일본과 과거사 화해를 이끌어내는 우리 정부의 외교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