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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질 전사로 돌아온 40년전 그 여고생

Posted October. 29, 2018 07:37,   

Updated October. 29, 2018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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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8년 개봉한 영화 ‘할로윈’에서 식칼과 옷걸이를 들고 벌벌 떨던 고등학생 로리 스트로드(제이미 리 커티스). 겁에 질린 연약한 모습에 ‘스크림 퀸’이라 불렸던 그녀가 건강한 근육이 잡힌 팔뚝에 커다란 샷건을 든 모습으로 돌아왔다. 할리우드의 가장 주목받는 제작자 제이슨 블룸이 만든 ‘할로윈’은 왜 2018년에 그녀를 전사로 탈바꿈시켰을까?

 31일 개봉하는 영화 ‘할로윈’은 존 카펜터 감독의 전설적 공포 영화 ‘할로윈’의 속편이다. 1978년 개봉한 전편은 약 30만 달러(약 3억4200만 원)의 예산으로 박스 오피스 수익 7000만 달러(약 798억 원)를 거뒀다. 저예산 영화로 엄청난 수익을 거둔 이 영화의 성공은 감정도 논리도 없는 살인마 마이클의 무시무시함에 있었다. 그런데 40년 뒤 제작된 속편은 마이클의 무자비함이 아닌 로리의 트라우마에 초점을 맞추며, 수동적이었던 여성 인물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 ‘미투 시대’에 걸맞은 재해석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스무 살에 ‘할로윈’에 출연했던 배우 제이미 리 커티스는 60세의 나이에 다시 주인공 로리역으로 출연했다. 로리는 40년 전 연쇄살인의 유일한 생존자다. 살인의 기억은 그녀를 평생 두려움에 떨게 만든다. 그녀의 집은 안전장치로 무장했고 무기고에는 총이 가득하다. 딸 캐런(주디 그리어)도 어릴 때부터 사격 연습 등 훈련을 받다가 아동학대로 의심받아 12세 때 엄마와 떨어진다. 캐런은 공포를 물려준 엄마를 원망한다.

 로리도 절대 용감한 모습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오히려 마이클이 돌아올 수 있다는 공포에 늘 불안하고 술에 의존해 사회적으로 소외된 쪽에 가깝다. 기존의 공포 영화가 살인의 긴장감만을 강조한다면 ‘할로윈’은 그런 사건이 주는 트라우마와 그것이 가족에 미친 영향을 끼워 넣으려 시도한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완전히 깨져 버린 과거의 공식이다. 1978년 ‘할로윈’에서는 베이비시터의 일을 내팽개치거나 애인과 시간을 보낸 친구들은 죽임을 당한 반면 비교적 순진한(?) 로리만 살아남았다. 이 공식은 ‘스크림’(1996년) 등 다양한 공포 영화로 이어졌다. 그런데 이번 ‘할로윈’에서 로리는 두려움을 외면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선 강한 인물로 그려진다는 점이 독특하다. 모두가 이상하게 봤던 그녀의 집착은 결국 현실이 된다. 1978년 ‘할로윈’에서는 마이클의 담당 의사 루미스 박사가 마이클을 해치웠다면 이제는 로리가 직접 맞선다.

 흑인 주연의 공포 영화 ‘겟 아웃’에서 기발한 상상력을 자랑하며 “예산이 많으면 창의성이 죽는다”고 저예산 영화를 고집하는 블룸하우스의 행보가 무섭다.


김민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