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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CVID 벽에 부닥친 ‘제재 완화’... 늦춰지는 북핵 시간표

유럽 CVID 벽에 부닥친 ‘제재 완화’... 늦춰지는 북핵 시간표

Posted October. 22, 2018 08:06,   

Updated October. 22, 2018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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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 2차 북-미 정상회담 등 북한 문제 진전과 관련해 “서둘지 않겠다”고 말했다.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도 “2차 정상회담은 내년 1월 1일 이후가 될 것 같다”고 밝혔다고 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2차 회담을 서둘지 않는 것은 6·12 싱가포르 회담 때 날짜를 급하게 확정한 뒤 의제를 조율하는 바람에 비핵화는 선언적 수준으로 합의문 말미에 넣는 ‘참패’를 겪었기 때문이다. 2차 회담은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이 가능하다는 확신이 들 수준으로 실무협상이 진전된 뒤에 열겠다는 것이다.

 북-미 정상회담 연내 개최가 안 되면 한국 정부가 고대하는 연내 종전선언 채택도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는 늦어도 11월 중에는 2차 북-미회담이 열려 종전선언에 의견접근이 이뤄지고 12월 김정은의 서울 답방 전 남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종전선언을 채택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었다. 종전선언 채택으로 1막을 마무리 짓고 남북협력 본격화와 비핵화를 위한 다음 단계로 넘어가겠다는 청와대의 시나리오는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2차 북-미 회담이 지연되는 근본적 이유는 북한이 핵포기 실행의 첫발도 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북한은 최근 들어선 종전선언에 구애받지 않겠다며 아예 제재 해제를 요구하고 나섰다. 그런 요구는 비핵화 과정을 더 꼬이게 만들 뿐이므로 단호히 일축하고 핵시설 신고 및 로드맵 제시를 설득해야 하는데, 현실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문 대통령은 7박 9일 유럽순방에서 대북 제재 완화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청와대는 “제재 완화를 공론화하는 성과가 있었다”고 자평하는데, 실제론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 대한 유럽국들의 분명한 의지를 확인하고 벽에 부딪혔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만약 비핵화 촉진을 위해 일정부분 제재 완화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면 미국과 머리를 맞대고 협의하고 설득해 북한의 오판과 비핵화 의지 퇴행을 최소화할 수 있는 단일 전략을 마련했어야 한다. 다른 안보리 이사국들을 상대로 공개적으로 ‘반(反) 제재 연합전선’을 구축하려는 듯한 외교 행보를 보인 것은 적절치 않았다.

 청와대는 북-미 회담이 늦춰져도 김정은의 연내 답방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비핵화가 조금도 이행된 게 없는 상태에서의 김정은의 서울 방문은 찬반 논란을 더 격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남북관계는 비핵화와 별도로 움직여선 곤란하며, 그렇게 될 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