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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차가운 시선에도 ‘對北제재 완화’ 총대 멘 文대통령

유럽의 차가운 시선에도 ‘對北제재 완화’ 총대 멘 文대통령

Posted October. 17, 2018 07:54,   

Updated October. 17, 2018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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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에게 “북한 비핵화가 되돌릴 수 없는 단계에 왔다는 판단이 선다면 유엔 제재의 완화를 통해 비핵화를 촉진해야 한다”며 프랑스가 역할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마크롱 대통령은 “우리는 무엇보다 북한이 비핵화와 미사일계획 폐지를 위한 프로세스에 실질적으로 협력하고 있다는 실제적 의지를 보여주길 기다리고 있다”며 “그 때까지는 프랑스가 유엔 안보리가 채택한 제재를 계속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재 완화는 시기상조라며 에둘러 거절한 것이다.

 문 대통령의 이번 유럽 순방외교는 온통 대북제재 완화에 맞춰진 듯하다. 문 대통령은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단계에 온다면’이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한 발 더 나가 “그 단계로 가기 위해서도, 그 단계가 확정되기까지 과정에서도 (제재 완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청와대 측은 아예 “제재 완화를 국제무대 공론의 장에 올렸다는 측면이 있다”고까지 했다. 문 대통령이 대북제재 완화를 위해 총대를 메기로 했다는 얘기로 들린다.

 최근 국제사회에는 대북제재 완화를 놓고 찬반 대립전선이 형성돼 있다. 북-미가 비핵화 협상 문턱에서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미국은 ‘선(先)비핵화’ 원칙을 고수하고 있고, 북중러 3국은 유엔의 제재 완화를 촉구하는 보도문을 내는 등 공동전선을 구축했다. 여기에 우리 정부는 사실상 미국에 대항하는 진영에 가까이 선 모양새다. 문 대통령은 19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만나서도 대북제재 완화를 비핵화 촉진 카드로 제시할 것이지만 이들 유럽 정상이 호응해 줄지는 의문이다.

 미국 국무부 관계자는 15일 남북 고위급회담 합의와 관련해서도 대북제재의 완전한 이행을 강조하며 “모든 국가가 북한의 불법적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끝내는 것을 돕기 위해 자신들의 책임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한국을 직접 지칭하진 않았지만 남북 합의가 대북제재 이탈로 향해선 안 된다는 분명한 경고인 것이다. 외신들도 “한국이 미국에 저항하고 있다” “동맹인 한미 간 견해차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하는 상황이다.

 물론 동맹이라 해서 모든 사안에 의견 일치를 볼 수는 없다. 때론 갈등과 마찰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한미동맹의 근본적 이유인 북한과의 관계를 놓고 의견이 달라 불신을 키운다면 동맹관계는 불안해지고 위기에 빠질 수밖에 있다. 이견이 있다면 먼저 동맹을 설득해야지, 주변을 향해 동맹을 설득해 달라고 한다면 돌아오는 것은 싸늘한 냉소뿐일 것이다. 긴밀한 소통으로 이견을 좁히고 함께 해결하는 것이 동맹이고, 그게 바로 동맹이 가진 힘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