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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 압수수색

Posted October. 13, 2018 07:46,   

Updated October. 13, 2018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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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취재진이 가득 모인 기자회견장에서 가수 나훈아 씨가 갑자기 단상에 올라갔다. 허리띠를 풀고 바지 지퍼를 반쯤 내린 나 씨는 “5분을 보여 드리겠다. 아니면 믿으시겠느냐”고 외쳤다. 일본 야쿠자가 그의 신체 일부를 훼손했다는 루머를 반박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믿습니다”라는 여성 팬들의 고함에 그는 잠시 좌중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단상에서 내려왔다. 

 ▷경찰이 어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그런데 압수수색 대상에 이 지사의 자택과 함께 신체가 포함되면서 세인의 관심이 신체에 집중됐다. 사람들은 ‘신체’란 말에서 작가 공지영 씨와 통화하면서 “이 지사 신체 특정 부위에는 크고 까만 점이 있다”고 밝힌 배우 김부선 씨를 떠올린 듯하다. 경찰은 어제의 압수수색은 이 지사가 친형을 강제 입원시켰다는 의혹에 관한 것이지, 김 씨와의 ‘스캔들’ 의혹과 관련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차량, 주거와 함께 신체가 들어가는 게 보통이다. 휴대전화가 중요한 압수물인 세상에서는 더 그렇다. 그러니 이 지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은 특별할 것도 없는데 관심이 엉뚱하게 흘렀다. 몸에 점이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는 신체검사로 검증에 해당한다. 압수수색 영장이 문서형식상 압수수색검증 영장이라는 표제를 달고 있지만 검증까지 포함하는 지는 내용을 봐야 한다. 검증의 대표적인 것이 신체검사다. 신체검사가 포함된다면 검사할 신체 부위 등이 기록된다. 이날 경찰의 압수수색 영장에는 그런 내용은 없었다고 한다.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고소·고발은 선거 후 당사자들끼리 취하하는 게 일반적이다. 취임하고 100일이 지났는데도 수사 대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 지사로서는 답답할 터다. 이 지사는 어제 공인된 의료기관을 통해 검증받을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 지사가 검증을 거부한다면 혐의가 짙어지고, 그 이유만으로 기소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재판 과정에서 법관에 의한 검증이 이뤄지게 된다. 어차피 하게 될 신체검사라면, 그리고 나훈아 씨처럼 자신이 있다면 지금 하는 것이 낫다.


민동용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