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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태풍

Posted October. 05, 2018 07:46,   

Updated October. 05, 2018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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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30일 일본에 상륙한 제24호 태풍 짜미의 위력은 엄청났다. 11m 높이의 등대를 통째로 날려버렸고, 가로수들은 뿌리째 뽑혀나갔다. 이에 앞서 4일에는 제21호 태풍 제비가 일본 열도를 휩쓸고 지나면서 11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강풍에 대형 트럭이 전복됐고 주차해놓은 자동차들은 데굴데굴 굴러다녔다.

 ▷올해 일본이 초강력 태풍의 융단 폭격에 몸서리를 친 데 비해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태풍은 8월 말 제19호 태풍 솔릭이 유일했다. 금년은 이것으로 ‘시즌 마감’인가 싶었는데 제25호 태풍 콩레이가 한반도를 향해 빠르게 북상 중이다. 가을 정취가 물씬한 10월에 태풍이라니, 느닷없는 불청객이 아닐 수 없다. 기상청 국가태풍센터에 따르면 이 땅에서 기상 관측이 시작된 1904년 이래 작년까지 한국에 영향을 준 태풍은 349개, 한 해 평균 3.1개로 집계된다. 그중 10월 태풍은 9개뿐인데 2013년 이후 3개가 몰려 있다.

 ▷이례적인 가을 태풍은 지구온난화와 연관된 이상 징후로 보인다. 사실 태풍이란 북태평양 남서해상에서 발생하는 열대 저기압의 다른 이름이다. 뜨거워진 바다에서 발생한 태풍은 수온이 낮아지면 위력이 떨어진다. 하지만 가을의 문턱을 넘어섰음에도 해수면의 온도는 떨어지지 않은 반면, 태풍을 방어해 줄 차가운 대륙고기압은 미처 발달하지 못해 제대로 힘을 못 쓰고 있다는 것. 비슷한 현상이 지구촌 전역으로 번지면서 ‘가을 태풍’에 이어 ‘겨울 태풍’을 걱정해야 할 지경이 됐다. 올 1월 서유럽을 강타한 태풍이 영국 프랑스 벨기에 등에 할퀸 자국을 남긴 것이 대표적이다.  

 ▷태풍의 강도는 중심부의 최대풍속에 좌우된다. 초속 40m 이상의 강풍이면 자동차를 전복시키고 바위도 날려 보낼 파괴력을 지닌다. 콩레이는 최대 풍속이 초속 40m인 강한 중형 태풍으로 분류된다. 경로는 유동적이라고 해도 이번 주말 전국 대부분이 그 영향권에 들어설 것으로 보이는 만큼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지독한 폭염에 이어 지각 태풍까지, 심상찮은 기상현상의 경고음이 갈수록 커져간다.


고미석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