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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가을, 연극-춤으로 물든다

Posted October. 02, 2018 08:00,   

Updated October. 02, 20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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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깊어가는 가을을 맞아 무용, 연극 팬의 감성을 채워줄 명작들이 대거 무대에 오른다. 국내 최대 규모의 국제 공연축전인 제18회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가 7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서울 아르코예술극장과 대학로예술극장 등에서 열린다. 올해 축제의 주제는 ‘회고와 전망’. 국내뿐 아니라 리투아니아, 벨기에, 세르비아, 프랑스 등 8개국의 혁신적인 연극과 무용 총 22편을 마련했다.

○ 회고를 통해 직시한 현재

 올해 무대에 오르는 연극 작품들은 고전부터 근현대사를 관통한 사건을 다루며 역사의 아픔, 시대의 부조리를 조망한다. 이병훈 연극 프로그램 디렉터는 “혼란스러운 시대를 돌아보고 과거와 미래의 징후를 보여주는 작품들”이라고 설명했다.

 개막작은 150년 전통을 가진 세르비아 국립극장의 ‘드리나강의 다리’다. 발칸반도의 비극적 역사를 그린 작품으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이보 안드리치의 소설이 원작. 연출가 코칸 믈라데노비치는 생생한 라이브 음악과 간결한 무대, 문화적 상징을 활용한 연출로 인류 비극의 역사를 부각시킨다.

 고전의 현대적 해석을 통해 리투아니아를 넘어 유럽을 대표하는 연출가로 자리 잡은 오스카라스 코르슈노바스의 ‘갈매기’도 주목할 만하다. 체호프의 대표 희곡 ‘갈매기’를 호화로운 무대 디자인이나 극적 정서를 배제한 채 배우들의 연기와 지적인 재해석을 앞세워 실험적으로 풀어내 기대를 모은다. 

 이 밖에 유럽을 강타한 민족주의 문제를 다룬 벨기에 정치풍자극 ‘트리스테스, 슬픔의 섬’, 1930년대 부산에서 있었던 참살 사건을 모티브로 한 한국극단 하땅세의 폐막작 ‘그때, 변홍례’ 등 욕망과 탐욕으로 얽힌 근현대의 어두운 이면을 되짚는 문제작들이 관객을 기다린다.

○ 미래로 확장되는 무용

 무용 분야에서는 첨단기술과의 만남을 통해 공연예술의 미래를 가늠하게 하는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미니멀한 음악에 첨단 미디어 기술을 접목해 현실과 가상세계가 소통하는 무대를 구현한 프랑스 무용 ‘픽셀’이 대표적. 3차원 무대 위에 재기발랄한 장면이 변화무쌍하게 펼쳐진다.

 첨단 미디어 아트와 결합한 비보이 댄스 ‘비보이 픽션 코드네임815’도 무용 공연의 스펙트럼을 넓힌 작품. 스트리트 댄스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홀로그램, 레이저, 3D미디어 등 첨단 디지털 예술을 춤과 결합시켰다. 내년 프랑스 공연이 확정된 안무가 안은미의 ‘북.한.춤’도 눈길을 끈다. 오랫동안 막연한 궁금증과 금기의 대상으로 여겨져 온 북한 무용을 독창적으로 해석했다.

 올해는 국내 작품의 해외 진출을 돕는 제14회 서울아트마켓(PAMS)이 SPAF와 하나의 행사로 합쳐지며 축제의 판이 커졌다. 페미니즘 연극 ‘아담스 미스’와 양반들이 추던 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양반춤’, 스웨덴 하이테크 뮤지컬 ‘아이 엠 썸바디’ 등 국내외 공모를 통해 선정한 21개 작품이 서울남산국악당 등에서 선보인다. 서울국제공연예술제 홈페이지(http://spaf.or.kr) 참조. 02-2098-2983


박선희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