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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병식 수위 낮추고 4번째 친서 보내 美에 손짓한 김정은

열병식 수위 낮추고 4번째 친서 보내 美에 손짓한 김정은

Posted September. 10, 2018 07:54,   

Updated September. 10, 2018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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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어제 정권수립 70주년(9·9절)을 기념해 평양에서 개최한 열병식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등장하지 않았다. 지난해는 9·9절 엿새 전에 6차 핵실험을 했고, 2017년엔 9·9절 당일 날 5차 핵실험을 실시했던데 비해 별다른 자극적 언행 없이 9·9절을 치른 것이다.

 이에 앞서 북한은 6일 판문점에서 열린 북-미 장성급 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보내는 김정은의 친서를 전달했다. 6월부터 벌써 4번째 친서다. 지난달 말 트럼프 대통령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을 취소시킨 뒤 침묵만 지켜온 북한이 친서와 열병식 수위 조절을 통해 미국에 대화 복원을 갈구하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최근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인의 책과 익명 고위 관리의 뉴욕타임스 기고문 등으로 궁지에 몰린 상태인 트럼프 대통령은 “댕큐! 김 위원장”이라고 반색하며 북핵 문제를 다시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태도는 미 언론의 지적처럼 정치적 위기를 ‘김정은 카드’로 돌파하려는 의도일 수 있지만 어쨌든 비핵화 교착 국면이 활로를 찾게 된다면 다행스런 일이다. 18∼20일의 남북정상회담 이전에라도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이뤄진다면 핵 리스트 신고와 종전선언의 ‘주고받기’ 논의가 진행될 수도 있다.

 하지만 대화가 복원된다 해도 이는 일시적 처방에 불과하다. 북한이 비핵화 이행 궤도에서 이탈하지 못하도록 하려면 비핵화 없이는 제재와 고립의 그물을 영원히 벗어날 수 없음을 뼈저리게 인식하게 해야 한다. 김정은은 올 신년사에서 ‘민족의 대경사’라 강조하며 70주년 9·9절을 준비했으나 열병식에 참석한 유일한 국가 원수는 아프리카 모리타니아 대통령뿐이었다. 김정은이 고대했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이 무산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중국이 북한의 비핵화 이행을 늦추고 있다”고 비판하며 압박을 가한데 따른 것이다. 중국이 아무리 편을 들어주고 싶어도 북한이 비핵화 이행을 하지 않으면 제재와 고립을 벗어날 수 없는 냉엄한 국제현실을 맛보게 한 게 김정은으로 하여금 또다시 친서를 쓰게 만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