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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단위 초중교 몇년새 줄폐교... 텅빈 운동장엔 풀만 무성

면단위 초중교 몇년새 줄폐교... 텅빈 운동장엔 풀만 무성

Posted August. 18, 2018 07:15,   

Updated August. 18, 2018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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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3년 3월 30일 개교해 졸업생 3084명을 배출하고 2017년 3월 1일 폐교하였음.’

 경북 의성군 가음면 가음중학교 터에 세워진 폐교를 알리는 ‘교적비’는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인구 절벽’과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지방 황폐화 등 한국 사회가 직면한 과제를 한꺼번에 보여주었다. 16일 학교 주변에서 만난 한 60대 주민은 “불과 몇 년 전까지 학생들이 등하교할 때는 주변 지역도 활기가 찼는데 학생들이 점차 줄어 지난해 결국 문을 닫을 때는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가음중 폐고 ‘교적비’는 한국고용정보원이 최근 발표한 전국의 ‘소멸 위험지역’ 실태에 나타난 경고음이 먼 훗날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전국 시군구 10곳 중 4곳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으며 의성군처럼 농촌 지역뿐 아니라 부산 중구와 경북 경주 김천 등 도시지역까지 소멸 위험 지역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교육부가 13일 국회 교육위원회에 보고한 업무 현황에서는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정원 미달로 2021년까지 사립대 38곳가량이 폐교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학 한 곳이 문을 닫으면 해당 대학뿐 아니라 지역사회와 경제까지 휘청거린다.

 인구 감소로 인한 중고교나 대학교 폐교는 미래 사회에 대한 꿈을 키울 곳이 없어지는 것이어서 미래가 없어지는 것과 같다는 것이 교육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한국고용정보원 이상호 부연구위원은 “최근 자동차와 조선업의 침체로 지방 제조업이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지방 소멸 위기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0일부터 12일까지 전북 군산시 월명체육관에서 벌어진 KBL(한국농구연맹) 유소년 클럽농구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유소년 클럽 선수들을 이끌고 군산에 들어온 10개 프로농구 구단 관계자들은 숙소를 잡다가 깜짝 놀랐다. 시내에서 시설이 좋다고 하는 호텔 하루 숙박비가 예상보다 너무 쌌기 때문이다. 가격 인하 경쟁까지 붙어 평소 8만 원 이상 되는 수준의 방을 2만5000원에 구할 수 있었다. 

 한때 조선업과 자동차산업 호조에 힘입어 지역 내 관광산업까지 번창했던 군산이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와 GM대우 군산공장 가동 중단의 여파로 지역경제가 침체한 데 따른 ‘웃픈’ 현실이었다. 


유재영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