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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수작 평가 ‘스페이드의 여왕’, 초현실적 무대-의상도 압권

최고 수작 평가 ‘스페이드의 여왕’, 초현실적 무대-의상도 압권

Posted August. 16, 2018 07:36,   

Updated August. 16, 2018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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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차르트가 초콜릿을 즐겨 먹었다는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지휘자 아르농쿠르가 말했듯이 ‘모차르트 초콜릿’이 음악을 덮어 버리면 안 됩니다. 현 세대의 위험한 점은 스타와 이벤트만 강조된다는 것이죠.”

 4일 오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페스트슈필하우스에서 만난 헬가 라블슈타틀러 잘츠부르크 축제 총감독(70)의 말투는 차분하지만 단호했다. 잘츠부르크가 고향인 모차르트를 상업적으로만 이용하는 것을 경계하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이었다.

 올해로 98년을 맞은 잘츠부르크 여름축제는 지난달 20일 개막해 18개 연주회장에서 총 206회 공연이 30일까지 계속된다. 8개의 오페라 가운데 무려 5개가 새 연출로 제작됐다. 그중에서도 5일 첫 모습을 드러낸 차이콥스키 ‘스페이드의 여왕’은 슈트라우스 ‘살로메’와 함께 이번 축제 최고의 수작으로 평가받았다. 75세의 나이에 아직도 현역인 메조소프라노 하나 슈바르츠가 노래한 백작부인은 경이롭기까지 했다. 77세의 거장 한스 노이엔펠스가 연출한 사실적이고 초현실적인 무대와 의상 또한 압권이었다.

 반면 4일 저녁 대축제극장에서 막을 올린 모차르트 ‘마술피리’는 커튼콜 박수 전에 야유가 먼저 터져 나왔다. 원작을 변경해 연극배우 클라우스 브란다우어가 3명의 어린이에게 동화를 읽어주는 형식을 취한 ‘마술피리’는 판타지를 구현하려 했지만 산만했다.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된 뤼디아 슈타이어의 무대는 볼거리는 많았지만 모차르트가 삶의 종착역에서 인류에게 호소하는 위대한 메시지는 동화에 묻혔다. 1913년 제1차 세계대전 이전의 시대 설정과 화려한 카니발과의 연관성은 의문부호로 남았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성악가인 소프라노 디아나 담라우와 테너 요나스 카우프만이 나눠 부른 후고 볼프의 ‘이탈리아 가곡집’ 전곡 공연은 큰 화제를 모았다. 마치 오페라 연기를 하듯 ‘사랑싸움’을 하는 두 가수는 역시 명불허전이었다.

 오스트리아의 저널리스트이자 유력 여성 정치인이었던 라블슈타틀러 총감독은 1995년 이 세계 최대 규모 음악축제의 수장으로 임명돼 2020년까지 계약이 연장되었다. 임명권자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능력에 상관없이 예술감독이 2년 임기도 제대로 채우지 못하는 일이 허다한 우리 국공립 공연장의 현실과는 비교되는 장면이었다. 

 “축제는 큰 도시가 아니라 작은 도시에서 열려야 합니다. 서울 파리 런던에서 아무리 좋은 공연을 해도 변화를 가져오진 않습니다. 그러나 잘츠부르크에서는 도시 전체를 바꿀 수 있습니다.”

 여름휴가 기간에 관객들은 잘츠부르크에서 평균 6일을 머무르며 오페라와 콘서트를 집중 관람한다. 올해의 경우 1월에 이미 85%의 티켓이 판매됐다고 한다.

 순수예술이 어디나 그렇듯 잘츠부르크 축제도 적자다. “총 6100만 유로(약 800억 원)의 예산 가운데 절반이 티켓 판매로 충당됩니다. 나머지는 기업과 개인 후원 그리고 국가의 지원으로 보충합니다. 콘서트로는 흑자를 낼 수 있지만 무대에 많은 돈이 들어가는 오페라는 그럴 수 없습니다.” 그러나 연간 1억8300만 유로(약 2400억 원)를 훌쩍 넘기는 경제 유발 효과는 실로 엄청나다. 2434개의 일자리 창출은 성공한 축제가 국가에 얼마나 큰 기여를 하는지 단적으로 알게 해준다. 

잘츠부르크=유혁준 음악칼럼니스트·클라라하우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