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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외인투수 잔혹사’ 끊은 샘슨

Posted August. 11, 2018 07:17,   

Updated August. 11, 2018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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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태껏 내가 본 외인 가운데 최고다.”

 시즌 개막 전 한용덕 한화 감독은 새로 영입한 외국인 투수 키버스 샘슨(27)을 두고 호언장담을 했다. 연봉 70만 달러(약 7억8000만 원)로 지난해 150만 달러 이상을 들인 한화 외인투수들에 비해 몸값이 한참 낮은 데다 스프링캠프 당시 마운드서 쉽게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 한 감독의 ‘립서비스’ 정도로 여겼다. 에이스의 상징인 1선발을 맡았지만 시즌 첫 두 경기에서 5이닝도 못 채우고 2패(평균자책점 12.46)를 떠안아 20년 동안 제대로 된 외인 투수를 한 명도 가져보지 못한 한화의 ‘외인 투수 잔혹사’가 올해도 반복되는 듯했다.

 “전 제가 에이스 자질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당시 짧은 기간 동안 한미일 세 나라를 오가며 몸이 적응을 못 했을 뿐이었어요(웃음).”

 샘슨은 곧 한 감독의 기대대로 에이스다운 활약을 펼쳤다. 4월 12일 KIA전서 네 번째 등판 만에 시즌 첫 승을 올린 샘슨은 이후 패보다 승수가 많아졌다. 전반기 9승을 기록한 샘슨은 후반기 출산휴가로 한 차례 등판을 걸렀지만 페이스가 처진 한화의 연패 스토퍼 역할을 하며 3승을 추가해 2007년 세드릭 바워스가 세운 한화 외인 최다승(11승)까지 경신했다.

 물론 선수 개인의 노력도 있었다. 시속 150km가 넘는 직구를 쉽게 던지는 능력이 있지만 제구가 불안했던 샘슨은 송진우 투수코치의 조언을 받아들여 4월부터 투구 시 우타자 쪽을 향하던 디딤발(왼발)을 포수 쪽으로 바꾸며 제구 불안을 해소했다. 보통 메이저리그(MLB) 등을 경험한 외인들은 자존심이 세 조언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지만 조언을 받아들인 샘슨은 ‘한국형 외인’으로 거듭났다.

 “불쾌하고 그런 부분은 없었어요. 디딤발 위치를 바꾼 뒤 투구하기 더 편해지며 제구도 잘되며 제가 하고 싶은 야구를 할 수 있었어요. 감사할 따름이죠.”

  ‘탈삼진 능력’은 샘슨이 가진 가장 큰 무기다. 시즌 탈삼진 수는 161개로 소사(LG)에게 7개 앞선 1위다. 9이닝당 10.9개의 삼진 페이스는 올 시즌 KBO리그에서 100이닝 이상 던진 투수 중 압도적인 1위다. 결정적인 순간 연거푸 삼진을 뽑아내는 모습에 ‘연쇄삼진마’라는 무시무시한 별명도 붙었다. 하지만 카메라 앞에 삼진 1위다운 강렬한 표정을 지어달라는 요청에 “이게 실전에선 잘되는데…”라며 멍한 표정만 짓는, 경기장 밖에선 ‘순둥이’다. 샘슨은 “타이틀 욕심은 없다. 하던 대로 힘껏 공을 던지며 타자를 상대하겠다”고 말했다.

 제법 에이스라는 직함이 잘 어울리게 된 샘슨은 최근 아빠가 되는 겹경사를 맞았다. 휴가 당시 출산을 못 보고 돌아왔지만 출산 소식을 들은 후 하루 7번 영상통화를 하며 아들의 모습을 보는 게 일상이 됐다. 자식 이야기에 그 어느 때보다 활짝 웃는 모습은 영락없는 ‘아들바보’였다.

 “완전 제 ‘미니미(Mini-Me)’예요. 몇 년 전엔 저 혼자였고 그 뒤 아내를 만났는데 이제 ‘카이어스’(아들 이름)까지 셋이 됐어요. 선수로서 아빠로서 더 큰 책임감을 느껴요. 더 이를 악물어야지요.”

 가장 최근 경기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던 샘슨에게 시즌 목표 승수를 물었다. 샘슨은 “정해놓지 않았다. 앞으로 8차례 더 등판할 것 같은데, 매 경기 승수를 쌓겠다”고 다짐했다. “12승을 했으니 그게 ‘20승 하겠다’는 의미 아니냐”고 물으니 속마음을 들켰다는 양 씩 웃었다.

 “팀에서 제 스케줄, 몸 상태 등을 철저히 관리해 주고 있습니다. 건강에 이상이 있을 리 없어요. 늘 응원해 주는 팬들께 감사할 따름입니다. 한화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하하.”


김배중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