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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넘쳐나는 전기스쿠터와 전쟁중

실리콘밸리, 넘쳐나는 전기스쿠터와 전쟁중

Posted July. 24, 2018 07:32,   

Updated July. 24, 2018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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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웬만한 큰 건물 앞에는 공유 전기스쿠터들이 한가득 주차해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시내에서 만난 회사원 도널드 리틀 씨는 기자에게 공유 전기스쿠터 애플리케이션(앱)을 보여주며 말했다. 앱 지도를 보니 주변에 수백 대의 전기스쿠터가 주차돼 있었다. 리틀 씨는 “이렇게 주변에 전기 스쿠터가 많으니 이용을 안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공유 전기스쿠터 대여 방법은 간단하다. 앱으로 근처에 세워진 스쿠터를 찾아 손잡이에 달린 빠른 응답(QR) 코드를 카메라로 찍기만 하면 된다. 한 번 빌리는 데 기본요금이 1달러이며, 15분마다 0.15달러씩 추가되는 방식이다. 시속 약 20km로 1시간 30분 정도 달릴 수 있는 배터리가 장착돼 있다. 스쿠터를 이용한 뒤 편한 곳에 그냥 두면 된다.

 해당 전기스쿠터 업체에 충전자로 등록한 사람은 주변의 스쿠터를 수거하여 집에서 충전해 제자리에 돌려놓는다. 충전을 해주면 대당 5∼7달러를 받기 때문에 공유 전기스쿠터 충전을 부업으로 삼는 사람들도 생겼다.

 공유 전기스쿠터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어려운 곳에서 요긴한 이동 수단이다. 전기스쿠터를 이용하는 제스 구티에즈 씨는 “걷기에 부담스러운 거리를 빠르게 이동할 수 있어서 좋다”며 “처음 타보는데 조작도 쉬워서 앞으로 계속 이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공유 전기스쿠터 업체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만 12개 공유 전기스쿠터 업체가 있다. 사업 시작 10개월 만에 미국 22개 도시에서 전기스쿠터 공유 사업을 하는 업체 ‘버드’는 현재 시장 가치가 20억 달러(약 2조2710억 원)를 넘는다. 역사상 가장 짧은 기간 내에 기업 가치가 1조 원이 넘는 ‘유니콘’ 기업이 된 것이다. 2016년부터 공유 전기스쿠터 사업을 시작해 현재 미국 18개 도시로 진출한 ‘스핀’의 데릭 고 최고경영자(CEO)는 기자에게 “사업 성장세는 당분간 누그러들지 않을 것”이라며 “아시아 진출을 생각하고 있고 특히 한국도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방치되거나 망가지는 스쿠터가 생긴다는 점이다. 새너제이 시내의 인도 한가운데 쓰러져 있는 스쿠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전기스쿠터들은 넘어지고 부딪치면서 생긴 상처 때문에 외관이 지저분한 경우가 많다.

 안전 문제도 심각하다. 기자가 새너제이 시내의 세인트마켓 거리를 지나다니는 전기스쿠터를 30분간 관찰한 결과 헬멧을 쓴 이용자는 한 명도 없었다. 횡단보도의 신호를 지키지 않거나 도로 중앙선을 넘나들며 달리는 전기스쿠터들도 있었다.

 공유 전기스쿠터가 안전 문제를 유발하면서 샌프란시스코시는 지난달부터 아예 도심에서 공유 전기스쿠터 사용을 금지했다. 시 정부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운영 중인 12개 업체 중 5개만 허가를 내주고, 나머지 업체들에 대해서는 계속 심사를 진행 중이다.

 스핀의 고 CEO는 “앞으로 전기스쿠터 업계는 스쿠터의 성능 향상보다 앱 서비스 기능 다양화와 안전 주의사항 고지 방식 등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리콘밸리=황규락기자 rock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