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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도 자연재난

Posted July. 23, 2018 07:32,   

Updated July. 23, 2018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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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년 서유럽을 덮친 폭염은 세계적으로 최악의 자연재해로 꼽힌다. 연일 섭씨 40도를 오르내린 기온으로 선진국인 서유럽 전체에서 약 3만5000명이 사망했다. 프랑스에서만 1만4800여 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1만 명 가까이가 바캉스 시즌에 도심에 홀로 남겨진 힘없는 노인들이었다. 우리 같으면 나라가 뒤집어졌을 일이다. 복지 선진국 프랑스의 어두운 단면이다.

 ▷한국에서도 태풍 홍수 산사태 대설 등 여러 자연재해 가운데 가장 큰 인명피해를 낸 재해는 폭염이다. 국립기상연구소에 따르면 1994년 대폭염으로 인한 탈진 열사병 등으로 3384명이 사망했다. 그 다음은 광복 전인 1936년 남북한을 통틀어 1104명이 사망한 태풍 3693호(당시에는 태풍에 이름을 붙이지 않고 번호로 불렀다), 1959년 768명의 목숨을 앗아간 태풍 ‘사라’였다. 요즘 서울은 낮 최고기온이 36도, 대구는 38도를 넘어가고 있다. 올 들어서만 온열질환자가 전국에서 801명이 발생하고 이 중 8명이 사망했다. 

 ▷행정안전부가 폭염을 혹한과 함께 새로 자연재난에 포함시킬 방침이라고 한다. 폭염 혹한은 계절적 변화에 따라 서서히 변하기 때문에 대비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재난에서 제외시켜 왔다. 그런데 이제는 지구온난화와 겹쳐 예상치 못할 정도로 기온이 올라가고 오랫동안 지속되는 데다 피해 범위가 넓다는 점이 고려됐다. 재난안전법상 자연재난이 되면 이를 대비하는 예산이나 피해 보상에서 이전과 차이가 난다.

 ▷기상이변은 하늘의 일이지만 이를 막는 것은 사람의 일이다. 2003년 대폭염(canicule)을 경험한 프랑스는 그 이듬해까지 1년에 걸쳐 사고 원인, 책임 범위와 처리 결과는 물론이고 노인 보호 시스템 개선방안을 담은 방대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1995년 700여 명의 폭염 사망자가 발생한 시카고도 예방책을 마련한 결과 1999년에 비슷한 수준의 폭염이 다시 발생했을 때 사망자 수를 110명으로 줄일 수 있었다. 일주일 만에 대책이 나오고 1년이 지나면 잊어버리는 우리와는 대조적이다.


김광현 kk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