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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이익단체 노동계 관료 국회… 규제혁신의 敵들

시민•이익단체 노동계 관료 국회… 규제혁신의 敵들

Posted July. 20, 2018 07:50,   

Updated July. 20, 2018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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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경기 성남시 분당 서울대 병원에서 정부의 ‘의료기기 산업분야 규제혁신 방안’ 발표 행사장을 찾았다. 정부는 이 자리에서 첨단 의료기기 평가 기간을 390일에서 80일로 단축하고 혈액 진단 키트 등 안전성이 확보된 의료기기는 일부 제한 사항만 두고 전체 규제를 풀어주는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규제개혁 현장 방문은 지난해 5월 취임 후 처음이다.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규제혁신을 챙기고 기업의 혁신 사례까지 경청한 데 대해 청와대는 “규제개혁을 통한 혁신성장 실현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뒤집어 보면 현 정부의 규제개혁이 그만큼 잘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청와대에서 열 예정이던 ‘제 2차 규제혁신 점검회의’를 회의 직전 취소한 것도 충격요법으로라도 규제개혁의 동력을 찾겠다는 뜻이다. 정부가 18일 올해 3% 경제 성장 목표를 공식적으로 철회하는 등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기조가 난항을 겪고 있는 것도 대통령이 혁신성장에 힘을 싣게 된 배경일 것이다.

 대통령의 규제개혁 행보는 높이 평가할 만 하지만, 규제개혁의 흐름에 저항하는 세력들이 쌓아놓은 장벽은 높기만 하다. 당장 의료기기 규제완화에 대해서 여당 내에서도 “안전 기준을 낮추려는 의료기기 업계의 요구”라며 반대하는 의견이 가시질 않는다. 더구나 의료기기 규제완화보다 더 큰 영리의료화 정책에 대해선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추진을 포기하겠다고 공식선언했다.

 어제 이른바 진보라는 ‘지식인 선언 네트워크’ 소속 323명은 “지난 9년의 수구정권 시절 실용적 경제정책이란 곧 규제완화였고 정책 목표는 ‘비즈니스 프렌들리’였지만 결과는 참담했다”며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 후퇴’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대통령이 규제완화를 외치며 현장으로 나선 날 발목을 잡는 사람들이 오히려 수구 아니면 무언가. 문재인 정부 들어 규제혁신을 막는 가장 큰 세력은 규제개혁을 곧 친(親)재벌정책을 이해하는 진보좌파성향 시민단체다.

 시민단체와 이익단체의 주장을 여과 없이 입법화하는 국회도 대규모 규제 생산 공장이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어제 “상의 회장 5년 동안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야 한다고 절박하게 호소했지만 오히려 기업 규제 법안 800여 개가 쏟아졌다”고 말했다. 규제개혁위원회에 따르면 20대 국회 전반기 2년간 2344개의 규제 신설하거나 강화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실패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마당에 혁신성장과 동전의 앞뒷면 같은 규제혁신이 실패로 돌아가면 현 정부의 성장정책은 무위로 돌아갈 것이다. 문 대통령은 기왕 규제개혁의 칼을 빼든 이상 이익·시민단체는 물론 촛불 지분을 요구하는 노동계, 이념에 사로잡힌 참모, 무엇보다 규제를 권리로 착각하는 관료와 국회까지 전방위로 설득하고 솔선하는 행보에 나서길 바란다. 과거 어느 정부도 규제개혁을 부르짖지 않은 적이 없다. 그래도 뽑지 못한 전봇대, 빼지 못한 손톱 밑 가시가 규제다. 대통령이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각오로 높디높은 장벽을 허물지 않으면 규제혁신은 도돌이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