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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왕국’ 아라가야 흔적 찾았다

Posted June. 08, 2018 08:28,   

Updated June. 08, 2018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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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헌이나 구전으로만 전해오던 아라가야(阿羅伽倻)의 왕성 실체가 처음 확인됐다.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는 경남 함안군 가야읍 가야리 289번지 일대에서 지난달부터 시작한 발굴조사 결과 5, 6세기에 조성된 것으로 보이는 대규모 토성과 목책(木柵·울타리) 시설, 각종 토기 조각 등을 찾아냈다고 7일 밝혔다.

 아라가야는 삼국사기, 삼국유사, 일본서기 등 고문헌에서 ‘아나가야(阿那加耶)’, ‘아야가야(阿耶伽耶)’, ‘안라(安羅)’와 같은 여러 이름으로 등장했지만 정작 자체 기록은 남아 있지 않았다. 문헌에 따르면 아라가야는 금관가야, 대가야와 함께 가야의 중심세력을 이뤘고, 6세기에는 신라, 백제, 왜와 국제회의를 열었다고 전해진다. 사료 연구로는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아라가야의 토목 기술과 방어 체계, 생활문화를 보여주는 고고학 자료가 대거 출토돼 학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에 발견된 토성은 가야 권역에서 발견된 유적 가운데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규모가 크고, 축조 기법이 정교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토성 높이는 8.5m, 상부 폭은 20∼40m에 이른다. 강동석 가야문화재연구소 연구관은 “비슷한 시기 조성된 합천 성산토성과 양산 순지리토성의 높이가 4m이고, 김해 봉황토성이 2.8m임을 고려할 때 가야 토성 중 규모가 큰 편”이라며 “백제의 풍납토성 높이가 13m, 몽촌토성이 6m라는 점에서 가야리 토성도 왕성급 유적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벽을 축조하는 과정에서 나무기둥을 설치하고, 흙을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 판촉 기법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성벽 상부에는 방어시설인 목책으로 추정되는 2열 나무기둥이 조사됐다.

 토성 내부의 유적 중에서는 기반암을 인위적으로 파서 만든 가로 5.2m, 세로 3.4m, 높이 0.5m 구덩이가 발견됐다. 구덩이 내부에는 부뚜막으로 추정되는 시설이 나타났고, 고분 등 의례 공간에서 주로 출토되는 통형기대(筒形器臺·원통모양 그릇받침)와 붉은색 연질토기도 함께 나왔다. 강 연구관은 “이 같은 구덩이는 가야 문화권에서는 한 번도 발견되지 않은 유적”이라며 “추가 연구를 통해 정확한 용도를 파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원모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