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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민 이틀째 꽃길...‘옐로 저지’ 지켰다

최형민 이틀째 꽃길...‘옐로 저지’ 지켰다

Posted June. 01, 2018 08:06,   

Updated June. 01, 2018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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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옐로 저지(종합 1위에게 수여되는 노란색 셔츠)’의 무게가 이렇게 무거울지 몰랐네요. 마지막까지 이 저지를 입고 싶어요.”

 흐르는 땀을 연신 닦아내는 최형민(28·금산인삼첼로)의 얼굴에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하루 전 1구간에서 생애 처음 옐로 저지를 받은 최형민이 고독한 레이스 끝에 수성에 성공했다. 2년 연속 한국 선수 우승도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최형민은 31일 충남 천안 종합운동장을 출발해 경북 영주 시민운동장까지 202.6km를 달린 ‘투르 드 코리아 2018’ 2구간 레이스에서 3위 안에 들지 못했다. 하지만 펠로톤(메인 그룹)과 함께 골인하면서 2구간 현재 9시간17분38초의 기록으로 종합 1위 자리를 지켰다. 2위와 3위는 전날과 똑같이 벤자민 페리(이스라엘 사이클링 아카데미)와 세르게이 베트코프(비노 아스타나)가 각각 차지했다.

 투르 드 코리아는 구간 1위로 골인한 선수에게 10초의 타임 보너스를 준다. 자기의 실제 기록에서 10초를 빼 주는 것이다. 2위와 3위 선수는 각각 6초와 4초의 보너스를 받는다. 나머지 펠로톤에 섞여 골인한 선수들은 타임 보너스 없이 선두와 같은 시간에 골인한 것으로 처리한다. 피니시 라인 직전 경쟁을 벌이다 큰 사고가 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전날 1위였던 최형민은 이날 크게 무리하지 않고 다른 선수들 틈에 섞여 들어오는 전략을 폈다. 하지만 이것도 쉬운 게 아니었다. 대개의 경우 옐로 저지 선수는 동료 팀원들의 보호 속에 레이스를 펼친다. 팀원들은 레이스 도중 물과 간식을 가져다주기도 하고, 다른 선수의 견제를 막아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날 최형민은 레이스 중반부터 고독한 레이스를 펼쳐야 했다. 경험이 부족한 팀 동료 4명이 100km를 지난 시점부터 뒤로 처져 버렸기 때문이다. 최형민은 혼자서 보급품을 받으려 다녔다. 그리고 상대 선수들의 집중 견제를 뚫고 펠로톤에서 함께 골인했다.

 최희동 금산인삼첼로 감독(44)은 최형민의 삼촌이자 그를 사이클로 이끈 인물이다. 최형민은 중학교 때까지 수영 선수를 하며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금메달을 딸 만큼 유망주였다. 하지만 중3 때 슬럼프에 빠진 뒤 운동을 그만두려 했다. 사이클 선수 출신인 최 감독은 폐활량과 지구력이 좋은 조카의 능력을 눈여겨봤다. 이후 사이클로 전향한 최형민은 곧바로 두각을 나타냈다.

 1990년대 동아사이클대회에 6번 출전했다는 최 감독은 “개인 종합 2등, 3등, 4등, 5등, 6등을 골고루 했다. 1등만 못 해 봤다. 이번에 좋은 기회를 잡은 형민이가 마지막까지 옐로 저지를 지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일 열리는 3구간(영주∼정선)은 승부의 분수령인 킹 스테이지로 평가받는다. 산악구간에 강점을 가진 최형민은 “이전에 더 높고 험한 산도 타 봤다. 체력 안배를 잘한다면 좋을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권순영(25·KSPO)은 산악왕에 오르며 레드 폴카 닷(빨간 물방울) 저지의 주인공이 됐다. 권순영은 첫 번째 산악구간인 엽돈재를 2위로 오른 데 이어 두 번째 산악구간 제수리재를 가장 먼저 올랐다. 19세 유망주 주믿음(서울시청)은 23세 미만 최고 라이더에게 수여되는 화이트 저지를 받았다.


이헌재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