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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법’ 월권 조장 청청원, 헌법 법률에 맞게 바로잡아야

‘떼법’ 월권 조장 청청원, 헌법 법률에 맞게 바로잡아야

Posted May. 11, 2018 07:35,   

Updated May. 11, 2018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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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8월부터 올해 4월말까지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오른 청원을 동아일보가 전수조사한 결과 17만 4545건의 청원이 제기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청와대가 스스로 반드시 답변해야 한다고 정한 기준인 30일간 20만 명 이상으로부터 공감을 얻은 청원은 모두 33건이었다. 그런데 33건의 청원 중 상당수는 청와대가 삼권분립을 위반하지 않고는 처리할 수 없거나 행정부 관할 사안이라고 해도 청와대가 불법 사실오해 등의 이유로 들어줄 수 없는 청원이었다.

 국민 청원권은 문재인 정부에서 생긴 것이 아니라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고 이미 청원권 실현을 위해 청원법 국회법 지방자치법 등에 많은 규정이 있다. 이들 법이 하나같이 금하고 있는 것이 재판에 관여하는 청원이다. 그러나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장을 맡은 정형식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파면하라는 청원이 올라 답변기준을 초과하자 정혜승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은 법원행정처에 전화를 걸어 청원 내용을 전했다. 이것은 명백히 재판의 독립을 침해하는 것으로 아예 청원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법원 내부에서 반발이 일어 이를 다루는 안건이 법관대표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또한 ‘국회의원 위법사실 전수조사’ ‘국회의원 시급의 최저시급 책정’, ‘나경원 의원의 평창올림픽 위원직 파면’ 등은 국회법에 따라 국회로 청원해야 할 사안이다. 최단 기간 20만명 이상의 공감을 얻은 겨울올림픽 팀추월 스케이팅 선수 김보름 박지우의 국가 대표 자격 박탈 청원은 저간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일시적인 감정에 치우친 감이 있다. 20만명을 넘지는 않았지만 스피트 스케이팅 선수 이승훈의 메달을 박탈하라는 청원도 있었다. 최초로 20만명 이상의 공감을 얻은 조두순 출소 반대 청원은 공감할 바가 없진 않지만 형기를 마친 수감자의 출소 거부는 그 자체가 불법이다.

 청원은 국민의 관심사를 직접 국가에 알려 대의민주주의가 안고 있는 약점을 보완하는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한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은 임종석 비서실장이 미국 백악관 청원 게시판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제안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받아들여 신설한 것이라고 한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이 청원을 활성화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다만 우리나라는 청원에 관한 헌법과 법률규정이 없는 미국과는 사정이 다르다. 우리 헌법은 청원을 문서로 하도록 해 접수와 처리에 명확성을 기하고 있다. 인터넷 게시판 형식의 청원은 접수와 처리 기준이 임의적인데다 청원법이 금하는 허위 사실에 의한 중상모략 등 불법의 여지를 제공하고 종종 여론몰이의 장(場)이나 분노의 배출구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제라도 청원제도를 헌법과 법률에 합치하도록 바로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