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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가 반한 한국 부부의 ‘떠 있는 섬’

벨기에가 반한 한국 부부의 ‘떠 있는 섬’

Posted May. 11, 2018 07:36,   

Updated May. 11, 2018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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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계를 허무는 공공 프로젝트의 꿈은 이제 시작입니다.”

 5일(현지 시간) 개막한 벨기에 브뤼헤 트리엔날레에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초대된 한국의 젊은 건축가팀 OBBA의 이소정(39·여) 곽상준 대표(38)는 “큰 행사에 초대받은 것도 행복하지만 시민들의 호응이 예상 외로 커 뿌듯하다”고 말했다.

  ‘북유럽의 베니스’로 불리는 브뤼헤는 도시 가운데를 흐르는 아름다운 운하가 유명한 도시로 3년마다 세계적인 규모의 예술축제 브뤼헤 건축 트리엔날레를 개최한다. 올해는 ‘Liquid City(물이 흐르는 도시)’를 주제로 9월 16일까지 4개월여 동안 진행되는데 미국 스페인 독일 폴란드 등 9개국에서 15팀이 초대됐다.

 OBBA는 브뤼헤 시내 북부 지역 운하에 인공 구조물 ‘더플로팅아일랜드(떠 있는 섬)’를 설치했다. 관람객들을 운하 수면과 같은 높이로 인도해 자연과 어우러지면서 수면 위를 걷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 했다. 로프로 그네를 타기도 하고 해먹에 누울 수도 있어 휴식과 놀이, 산책을 모두 경험할 수 있는 체험형 구조물이다. 이번 작품의 소제목은 ‘Beyond Boundaries(경계를 넘어서)’로 정했다.

 9일 브뤼셀 한국문화원에서 만난 이 대표는 “과거 무역의 수단으로 쓰였던 운하에 곡선의 인공 구조물을 세워 시민과의 경계를 없애 그들이 즐길 수 있도록 했다”며 “물리적인 경계를 넘어 사람들의 관계 속에서 새로운 경계를 만드는 시도”라고 말했다. OBBA는 브뤼헤에서 유명인사가 됐다. 이 대표는 “학생들이 점심시간마다 이곳을 찾아 뛰어놀고, ‘집 앞에 정원이 생긴 것 같다며 고맙다’고 사진을 찍자는 주민들도 많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 큐레이터 틸홀그 보르헤르트는 “플로팅 아일랜드는 단순한 건축물을 넘어 도시계획이 지역 사회와 어떻게 어울릴 수 있을지에 대한 분석이 담긴 시도”라고 높게 평가했다.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젊은건축가상을 받은 OBBA는 창의적인 공공 프로젝트를 계속할 계획이다. 곽 대표는 “미끄럼틀과 시소가 있는 정형화된 놀이터가 아니라 아이들의 창의성을 키울 수 있는 새로운 성격의 놀이터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9일 벨기에 수도 브뤼셀과 서울에서는 한국과 유럽연합(EU) 수교 55주년 기념행사가 동시에 열렸다. 한국 시간으로 오후 7시 서울의 한 호텔에서 오스트리아 빈 심포니 수석 플루티스트인 재스민 최가 애국가를 연주하자 현지 시간 낮 12시이던 브뤼셀의 왕립 보자르 아트센터에 있던 70여 명의 관객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섰다. 애국가 연주가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됐기 때문이다. 서울과 브뤼셀 간의 7시간이라는 시차와 9000km라는 공간적 거리를 뛰어넘은 새로운 시도였다.

 미하엘 라이터러 주한EU 대사는 “EU 회원국 고교생들이 희망과 미래의 의미를 담아 한-EU 수교 55주년 로고를 만들었다”며 “한반도의 평화를 기원한다”고 축사를 했다. 김형진 주EU 한국대사는 “브뤼셀과 서울을 인터넷으로 연결해 교류한 오늘 행사는 긴밀한 협력의 또 하나의 본보기”라고 화답했다.


동정민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