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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비공개 방미

Posted May. 05, 2018 07:55,   

Updated May. 05, 2018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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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미 정상회담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다시 한 번 미국 워싱턴을 극비리에 방문하는 등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빅 딜’을 위한 남북미 3각 막판 물밑 조율이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이 북한에 영구적인 핵 불능화(PVID)로 북핵 폐기 기준을 높인 가운데 청와대가 북-미 간 협상 타결을 위해 더 강력한 중재에 나선 것이다.

 청와대는 4일 “정 실장이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논의하자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요청으로 미국을 방문했다”고 밝혔다. 정 실장은 전날 미국 워싱턴으로 출발했으며 4일(현지 시간)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회동을 가질 예정이다.

 정 실장의 워싱턴 방문은 3월 9일 볼턴 보좌관이 취임한 뒤 벌써 세 번째. 특히 정 실장은 남북 정상회담 직후인 지난달 24일 백악관 볼턴 보좌관과 만난 데 이어 9일 만에 다시 미국을 찾았다. 정 실장이 청와대와 백악관의 소통 채널이라 하더라도, 청와대의 외교안보 컨트롤타워인 국가안보실장이 이렇게 자주 백악관을 찾은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특히 정 실장의 방미는 미국에 도착한 이날 오전까지도 청와대 내 극히 일부 참모만 알고 있었을 정도로 비밀리에 이뤄졌다. 정 실장은 전날 오후 청와대 다른 참모들에게 “휴가를 낼 예정”이라고 전한 뒤 미국으로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실장의 방미는 북-미 간 비핵화 합의 막판 조율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북-미는 지난달 초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방북해 김정은과 회동한 데 이어 최근 실무접촉을 통해 비핵화와 종전선언 일괄타결을 위한 의제 조율을 마무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는 실무접촉에서 신속하고 완전한 비핵화 원칙에 대해 큰 틀의 접점을 찾고 북-미 정상회담에서 채택할 선언문에 대한 조율에 나섰지만, 완전한 비핵화의 범위와 단계별 조치에 대한 보상에 대해서는 여전히 이견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 원칙을 강조했던 미국은 북핵 협상을 총괄하고 있는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폐기(PVID)’로 북한과의 협상 목표를 상향조정한 상황이다. ‘영구적인 핵 불능화’는 물론이고 단순한 핵시설과 핵탄두를 넘어 중장거리 미사일과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의 전면 폐기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미 정상회담이 북핵 해결을 위한 본격적인 라운드라는 것을 고려하면 정 실장의 방미가 ‘빅딜’에 대한 얘기를 나누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정 실장의 방미가 북-미 정상회담 장소를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을 유력한 후보로 거론했지만 일부 백악관 참모는 “한국이 차려놓은 밥상을 받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취지로 판문점 회담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청와대는 “장소 문제는 ‘스몰 딜(작은 문제)”이라며 정 실장의 주된 방미 이유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판문점 개최의 장점은 이미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충분히 설명한 상황”이라며 “우리도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