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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영수회담, 과정도 내용도 미흡했지만 더 자주 만나라

첫 영수회담, 과정도 내용도 미흡했지만 더 자주 만나라

Posted April. 14, 2018 09:57,   

Updated April. 14, 2018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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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오후 문재인 대통령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청와대에서 80분 동안 단독 영수회담을 가졌다. 회담은 그제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홍 대표 측에 남북정상회담을 주제로 영수회담을 제의하자 홍 대표가 주제를 국내 정치현안 전반으로 하자고 역제안하고, 이를 문 대통령이 수용하면서 성사됐다. 양측은 회담이 시작된 직후에야 회담 사실을 공개했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야당 대표와 단독으로 만난 것은 의미가 크다.

 문 대통령은 어제 홍 대표에게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초당적 협력을 당부했고, 홍 대표는 “남북회담을 반대하지 않지만 북핵 폐기 회담이 돼야 한다”며 북한의 위장술에 대한 경계와 한미관계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한다. 한반도의 명운이 달린 대형 현안을 앞두고 대통령이 야당대표에게 진행과정을 설명하고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문 대통령은 어제 홍 대표의 발언을 보수진영의 기우로 치부하지 말고, 남북회담 준비 과정에서 반영하고 한미공조 강화에 더욱 신경을 써야한다.

 어제 회담에서 국내 현안들에 대해선 그저 각자 일방통행식의 요구전달만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추가경정예산안의 통과를 협조를 요청했고, 홍 대표는 청와대발(發) 개헌과 김기식 임명, 정치보복 수사의 철회와 ‘청년 실업에 책임 있는 좌파 경제학자’라는 이유로 홍장표 경제수석비서관의 해임 등을 요구했다. 각자 요구사항 전달만 있었을 뿐 김 원장 진퇴와 적폐청산 논란, 최저임금·근로시간 단축 등 주요 현안들에 대한 심도 있는 의견교환은 없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영수회담의 첫발을 뗀 것은 다행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야당대표와 단독 회담을 8번, 노무현 대통령은 2번, 이명박 대통령은 3번 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3년차에 처음 야당대표들과 3자 회담을 했다. 어제 회담은 문 대통령이 그제 오후 남북관계 자문단 행사를 끝나고 나오면서 갑자기 지시해서 이뤄졌다고 한다. 앞으로는 좀 더 깊이 있는 준비를 통해 만나 국정전반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