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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의 황제식 접견

Posted March. 14, 2018 07:49,   

Updated March. 14, 2018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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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1년 7월 10일 한국전쟁의 첫 정전회담이 열렸을 때다. 회담 장소는 중국 측이 측이 고집하던 개성이었다. 회담장에 들어선 유엔군 수석대표는 깜짝 놀랐다. 중국 측이 유엔군 대표에게는 낮은 의자를, 중국 측에는 30cm 가량 높은 의자를 내줬기 때문이다. 유엔군 대표는 재빨리 다른 의자로 바꿔 앉았지만 사진 촬영은 이미 끝났고, 그들은 이를 ‘승리’로 선전했다. 공산주의자들에게는 의자도 일종의 협상 전략이었던 셈이다.

 ▷12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면담에서 좌석 배치가 또 ‘외교 결례’ 논란을 빚었다. 시 주석은 회의를 주재하듯 상석에 앉고, 그 옆으로 정 실장 일행과 중국 측 배석자들이 마주보게 좌석을 배치했다. 외교 프로토콜에서 보기 힘든 ‘황제식 접견’ 모양새였다. 중국의 가장 큰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기간 중에 가진 이례적 만남이지만 50년대 사고방식에선 못 벗어난 모양이다.

 ▷앞서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접견한 정 실장과 나란히 앉았다. 트럼프 행정부와 백악관 참모들이 두 사람을 가운데 두고 소파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정 실장 발언에 귀를 기울였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13일 서훈 국정원장에게 자신과 같은 금색 꽃무늬 의자를 내줬다. 아베 총리는 최근까지 외국 인사 접견 때 혼자서만 화려하고 한층 높은 의자에 앉아 논란을 빚었다. 환대에는 각국의 복잡한 속사정이 반영됐을 테지만 의전은 ‘외교의 꽃’이라고 불릴 만큼 중요하다.

 ▷중국은 11일 주석 임기 제한 규정을 폐기하면서 ‘시황제 시대’를 열었다. 2013년 집권 이후 ‘시진핑의 중국’이 거둔 성과를 찬양하는 대외 홍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 학계에서는 중국이 이미 미국을 초월하는 ‘세계 1위 강대국’으로 부상했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시 주석은 집권 1기 초반에만 해도 한국의 대통령 특사를 맞을 때 나란히 앉았다. 시 주석의 달라진 접견 방식은 달라진 중국의 위상을 보여주려는 의도일 것이다. 


홍수영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