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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견새의 목을 치고 나면

Posted March. 12, 2018 07:31,   

Updated March. 12, 2018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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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정부는 임기 동안 공공부문 일자리를 81만 개 늘린다는데 그 근거를 되짚어보면 다음과 같다.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16년 발표한 한국의 총취업자 수 대비 공공부문 고용비율은 7.6%였다. OECD 회원국 평균 21.3%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을 앞둔 지난해 2월 서울 노량진 고시학원에서 “OECD 평균의 절반 정도만 따라가도 공공부문 일자리를 81만 개까지 늘릴 수 있다”고 했다. 절반이 10.6%이니 3%포인트만 끌어올리면 된다. 국내 취업자 수 2700만 명의 3%는 81만 명, 이렇게 숫자가 도출됐다.

 대선 과정에서 OECD 통계는 도마에 올랐다. 다른 회원국과 달리 공기업이나 국가 지원 비영리단체 등을 통계에서 빼놓았다는 것이다. 이에 통계청은 지난해 6월 한국의 공공부문 고용비율을 8.9%로 새로 집계했다. 이 역시 정부 지원 사립학교 교원 등을 빼놓았다는 논란이 있었지만 OECD 평균과의 격차는 1.7%포인트로 좁혀졌다. 정부 내에서 공약을 수정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논쟁이 있었지만 선거가 끝나자마자 후퇴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곤란하다는 주장이 우세했다고 한다. 재정을 걱정하는 목소리는 힘을 못 썼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올리겠다는 공약은 뚜렷한 근거가 없다. ‘심리적 기대치’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문제는 이를 위해 매년 최저임금을 15.7%씩 올려야 한다는 점이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의 비명이 터져 나왔고 완급 조절론이 제기됐다. 정부는 노선을 수정하지 않았다. 올해 이미 정부 목표치도 넘어선 16.5% 인상이 시행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도 일방통행이었다. 단축 예외 업종 수를 기존 26개에서 한꺼번에 21개나 축소했고, 300인 이상 사업자에게 주어진 준비 기간도 4개월에 불과했다. 계절적 수요가 몰리거나, 연구직 등 특정 기간에 집중적으로 근무해야 하는 업종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묵살됐다. 중견기업연합회는 무차별적이고 급격하게 경영환경을 위축시킨다고 반발했다.

 정부 스타일을 일본 전국시대를 이끈 장수들에게 빗댄다면 누구와 닮았을까. ‘울지 않는 두견새를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물었을 때 “울지 않으면 목을 친다”고 한 오다 노부나가에 가깝지 않으냐고 어느 기업인은 답했다. 좌고우면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다만 새의 목이 떨어지면 울음소리를 들을 기회도 영영 잃고 만다.

 유권자에게 약속한 공약은 중요하다. 모든 공약이 완전할 수 없다는 점도 동시에 사실이다. 융통성을 발휘하고 운용의 묘를 살려야 하는 이유다. 이미 기업 체력이 바닥났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생)가 연금 수급자로 전면 진입하는 가까운 미래에는 정부 재정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20년 전 ‘주당 35시간 근로법’을 통과시킨 프랑스는 반면교사다. 현지 신문인 르피가로는 최근 ‘프랑스는 아직도 20년 전 주 35시간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회당 정부가 실업률을 낮춘다며 실시했지만 오히려 실업률은 계속 올라갔고, 기업 부담은 커졌으며, 가계 구매력은 떨어졌다는 것이다. 결국 정부 부담도 커졌고 마침 노동개혁을 이룬 독일과의 격차는 커져만 갔다. 선의가 항상 좋은 결과를 담보하는 것은 아닌 셈이다.

 정부는 집권 초 과감한 공약 실현에 나서 선언적, 정치적 목표는 이미 달성했다고 본다. 집권 10개월을 맞은 이제는 정책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디테일도 챙기는 여유를 가질 만하다. 두견새를 살리면서 울리는, 그런 노련함을 기대한다.